공부에…게임에… “교리? 관심없어요”
황금주일엔 인터넷 게임·꿀맛같은 잠에 ‘푹’
가정·사회에서 흔들리는 교회 미래에 관심을
5월 20일 주일. 오전 9시 중고생 미사를 봉헌하고 나온 서울 J본당 이모군(프란치스코.17). 교리실로 가야하지만 정작 발길은 성당문쪽으로 향했다. 이모군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무리’라고 불려도 될 만큼의 인원이 모였다.
“얼른 가자” “야. 오늘은 잘 좀해. 맨날 먼저 죽냐.” PC방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총소리가 난무한다. 이들이 하는 게임은 1인칭 슈팅(FPS. First Person Shooting) 게임. 테러집단과 반테러집단으로 나눠 기관총, 권총, 수류탄 등으로 적을 죽이는 게임이다.
게임에 푹빠져 있는 이모군에게는 주일이 ‘황금휴일’이다. “평일에는 게임하기가 힘들어요. 방과 후에 1시간 남짓 하고. 집에서 하고 싶지만 눈치 보이고. 그래서 일요일에 친구들이랑 주로 해요.”
“교리 안해요?”라는 질문에 이모군은 “해야하는데 재미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라며 말을 흐렸다.
비슷한 시각. M본당 인모양(카타리나.19)은 늦잠을 자고 있다. 1시간 전부터 어머니의 성당가라는 말이 어렴풋이 들렸지만 꿀맛 같은 늦잠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고 단장을 해 성당을 가는 것은 그에게는 ‘사치’였다. 게다가 오늘은 학원 보충 수업도 있다. 본격적인 입시경쟁에 접어든 5월이라 그에게 잠은 보약과도 같았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 정도 돼요. 매일 피곤에 절어사는데… 충분히 잘 수 있는 날이 주일 밖에 없어요. 성당에 가야 하긴 하지만 고3이다 보니 소홀하게 되네요.”
최근 교회와 담을 쌓고 지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교회 차원의 대안이 시급히 요청된다.
특히 사례로 나타난 청소년들의 소홀한 신앙생활과 더불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 심각해진다.
지난달 일어난, 이른바 ‘토플 대란’도 원인은 청소년들로 밝혀졌다.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한 초·중학생들의 접수가 몰려 정작 유학을 준비하는 인원들이 접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실태조사 역시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초등학생 60% 이상이 저 학년 때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특목고 진학희망 학생의 94.2%가 사교육에 참여했다.
최근 발표된 ‘2007 청소년통계’ 역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의 주당 평균 컴퓨터 이용 시간은 15∼19세 14시간으로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평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용 건수는 60.1건이나 됐으며 휴대전화 이용률은 85.3%였다.
자연스레 청소년들이 이런 데에 시간을 뺏기는 만큼 가족과의 관계도 더욱 서먹해지고 있다. 부모와의 관계를 묻는 지난해 조사에서는 15∼19세의 60.8% ‘만족한다’고 답해 2002년 조사 때의 67.8%에 비해 7.0% 낮아졌다. 이들의 고민 중 공부는 가장 큰 비중인 56.5% 로 드러났다.
또한 심리적 부담이 가중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힘겹기 그지없다. 2005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15∼18세의 청소년들 가운데는 이전 1년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증을 느껴봤다는 응답이 14.8%,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답도 18.4%나 돼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주변 환경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청소년들. 이들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의 한 관계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상황”이라며 “교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하는 마인드를 1차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탁상공론, 제자리걸음, 이벤트 행사 등 교회가 청소년을 논할 때마다 나오는 문구들이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만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청소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삶을 신앙생활에 녹아들게끔하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아닌 내일을 보며 청소년전문가 양성해야”
◎서울 구립서초유스센터 조한수 관장
“관심이 있다고 해도 말로 끝날 뿐입니다. 청소년 관련서적이 개신교의 경우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몇 백 권이 넘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서울대교구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운영하는 구립서초유스센터의 조한수(마리노)관장. 그는 말을 이었다. “교리교육에 대한 전문가도 찾기 힘듭니다. 개신교의 경우 대학 내에 교리교육학과가 있는 곳이 50여 개 정도 됩니다. 가톨릭은 1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내 청소년 사목의 비전을 찾기는 힘듭니다.”
1995년 교육국에 근무하다 교구 장학금을 받아 3년간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찰스 보로메오 교구신학교에서 ‘청소년 지도교사’ 과정을 마친 조관장. 1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가 보는 청소년 사목의 현실은 어떨까.
“당시와 비교하면 재정규모가 커진 것이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그러나 인적 자원의 충분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람에게 투자해 교리 교육자 등 청소년을 위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청소년들이 교회를 멀리 하고 있다는 말을 던지자 그가 답했다. “그것이 바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근거되지 않은, 느낌으로 하는 말이죠. ‘입시’ 등 사교육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답이 아닙니다.”
그는 지역, 본당 등 기준을 세워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청소년들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세례는 언제 받았는지, 성사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사회 변화에 따라 신자수의 증감은 어떤지 등을 조사한 후에 사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교회 보다 외부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많습니다. 슬라이드로 교리하면 청소년들이 신기해하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교회가 그간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지 못한 것도 원인입니다.”
조관장은 청소년들이 교회에 가지고 있는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3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비전, 타종교 벤치마킹, 양질의 전문가 육성 등을 통해 교회는 그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아직 불씨는 남았습니다.”
■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하는 교회 청소년 기관
요즘 청소년들은 경제적 풍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잘못된 가정교육, 각종 과외와 학원, 입시 경쟁 등으로 인해 푸를 청의 청소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아니면 하루도 살수 없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 있다.
서울 행당동 168-161 성동종합행정마을 내에 위치한 서울시립 성동청소년수련관(관장 이도행 신부). 이곳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들은 잘 차려진 밥상과도 같다. 특히 수련관은 청소년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적·특화 두 가지로 구분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광장/목적에는 ▲동아리문화공동체 ▲학교연계 프로젝트 ▲청소년 문화기획 프로젝트 ▲성동 청소년 자원봉사 ▲캠프 ▲성동 청소년 운영위원회 등 청소년 스스로 자기전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제시될 수 있도록 청소년 중심의 직접 참여 프로젝트들로 구성돼있다. 이와함께 수련관은 청소년광장/특화 프로그램으로 거리에서 청소년들의 고민과 걱정을 나누는 ‘햇살 맑은 날’을 운영, 그들과 함께 공감의 장을 펼친바 있다.
서울특별시립 보라매청소년수련관(기관장 용하진 신부)도 다채로운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행하고 있다. 수련관은 청소년 미디어 기자단 ‘다맛푸른누리’와 노래·풍물·댄스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자원봉사기획단 ‘더브러한마음’을 통해 청소년들이 만들어 가는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스스로 조사, 인식하고 모색하는 운영위원회 ‘청출어람’, 고등학교 신문교지연합회, 고등학교 방송반 연합회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서울대교구는 청소년문화공간 ‘주’를 명동과 역촌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 역시 청소년들을 위해 상담, 성격유형 검사, 분노조절캠프 등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말
▶교회와 담을 쌓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사진에 삽입한 게임처럼 차곡차곡 벽돌들이 쌓여 성당과 완전히 멀어질지 모른다.
▶성동청소년수련관의 방학 실습 프로그램.
▶'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격유형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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