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학상’ 제10회 수상작에 문인수(요아킴) 시인의 시집 ‘쉬!’(문학동네)와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이 선정됐다. 올해로 제10회를 맞아 그 권위를 더하고 있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하고 우리은행이 기금을 출연하는 한국교회 최초의 유일한 가톨릭문학상이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수 차례의 운영위원회를 거쳐 신경림, 구중서, 신달자, 오정희씨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5월 15일 최종심사위원회를 통해 시와 소설 각 부문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쓰기는 죄를 벗는 과정이죠”
■ 시부문 수상자 문인수씨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게 돼 시인으로, 신자로서 영광스럽습니다. 상은 칭찬인데, 매번 처음처럼 기쁜 일인 듯 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늘 지금처럼 꾸준히 시를 쓰라는 격려로 새기고 집필에 임하겠습니다.”
시집 ‘쉬!’(문학동네)로 제1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문인수(요아킴.62.대구 만촌1동본당)씨는 “시쓰는 노력보다 더 그럴듯한 일은 없는 것 같다”며 “글쓰기의 열망은 숨쉬고 정신이 살아있는 한 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쉬!’. 오줌 누일 때의 말. 제목처럼 그의 작품은 독특하고 선명하다.
“온 몸, 온 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쉬!’ 가운데)
시집 전반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이 시는 그가 문상을 갔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환갑이 지난 상주가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안고 오줌 누이면서 아버지가 무안해할까 ‘쉬, 쉬이’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안고 있는 장면이 마치 몸이 몸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죠. 집에 돌아와 단숨에 시를 써내려갔습니다.”
지나칠 수 있는 사건에서 시심(詩心)을 끌어내는 깊은 통찰력은 마흔의 뒤늦은 등단, 그리고 예순을 넘은 지금도 강한 서정성과 신선한 감각을 지니게 한다. 그는 “사물을 열심히 관찰하다보면 새로운 인식과 해석이 가능해진다”면서 “무엇보다 시작(詩作)에 있어서 ‘낯설게하기’에 주력한다”고 말한다.
“시인이 없어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누구도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늘엔 별, 땅에는 꽃, 사람에겐 시’라는 계간지 ‘시와 시학’의 모토처럼 시는 본래부터 인간에게 있어왔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작품 곳곳에 진리를 찾으려는 구도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인생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왜 하느님께서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시는지…. 분명 말씀은 있지만, 듣지 못함을 스스로 가책한다.
그에게 시는 무엇일까. “저에게 있어서 시란 자기용서이며, 나 자신으로부터 죄의 사함을 받은 뒤의 또다른 내 모습입니다. 생이 껴입은 죄를 벗는 과정이 나의 시쓰기입니다.”
■ 시인 문인수는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문인수씨는 1966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했다. 1985년 마흔의 나이로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1996년 제14회 대구문학상, 2000년 제11회 김달진문학상, 2003년 제3회 노작문학상, 2006년 제11회 시와시학상, 올해 제17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등이 있다.
■ 수상작 ‘쉬!’는
길 위에서 찾는 인생의 의미 노래
60여 편의 시들로 이뤄진 수상작 ‘쉬!’는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듯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가 주조를 이룬다. 이는 실재하는 대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관념적 사고로만 시를 쓰지 않고, 시심(詩心)은 현실에 굳건히 발딛고 있다. 또 삶과 죽음을 동시에 살아가는 인생을 선명한 이미지가 담긴 시어로 이야기한다.
“이 슬픔 중에 낮달이 보인다./저, 뭐라 중얼거린 것 같은데/달구질 소리에 묻힌다// … 낮달은 내처 간다. 분명,/인생에 대한 그 무슨 대답인 것 같은데/하늘엔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으니/저 어렴풋한 말씀을/한 자리에 오래 걸어두지 못하겠다.”(‘낮달이 중얼거렸다’ 가운데)
작가는 진리를 찾아가는 여행에 나선다. 인생에 대한 무슨 대답이 들려올 것도 같은데, 아무리 보아도 하늘의 낮달은 어렴풋하기만 하고, 대답은 부재한다. 이러한 부재가 시인이 계속 길을 떠나도록 이끈다.
수상작의 자서에 “도대체, 끝장낼 수 없는 시여,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이라며, 글쓰기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영원히 길 위에 서 있는 시인, 시작(詩作)을 멈출 수 없는 시인의 내면의 모습일 것이다.
“선과 악의 공존…모두의 모습”
■ 소설부문 수상자 공지영씨
“제가 도구로 쓰이는 소설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의외로 사회적으로 반향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게다가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한다고 하니 기뻤어요.”
85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 푸른숲)으로 제1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공지영(마리아.44)씨.
그는 “이 소설은 제 이름을 걸고 나왔지만 정말 상을 받아야 할 분들은 소설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천주교 교정사목위원회 봉사 자매님들”이라며 송구스러움을 표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싶어한다”고 말하는 공씨는 우행시를 통해서 많은 메시지를 전했다. 사형수라는 사회의 거울에 비춰 본 우리 자신도 결국 죄인일 수 있다는 것.
“책 후기에도 썼듯이 한 사형수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기획하게 됐어요. 취재 전까지만 해도 저도 죄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그들 모습을 보면서 나와 다를게 없다, 즉 나 자신도 죄인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처음 만나는 사형수들을 취재하면서도 자신을 숨기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내놓았다. 공씨에게 있어서 글은 ‘나눔’이기 때문이다.
“작가인 저는 마음과 눈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합니다. 사형수들과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제 마음을 열고 제 아픔을 나눴어요. 이러한 나눔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랐어요.”
공씨는 또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저는 사형선고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죽음과 관련된 작업을 하다 보니 한 달이 넘게 죽음의 공포에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교정사목위원회 이영우 신부님께 기도를 부탁드렸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는 얼마나 힘들었던지…”
깊은 심연 속에서 주님을 원망하기도 했다는 그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게 해주시고 이렇게 상도 주시는 것을 보니 깜깜한 고통의 끝에서 빛나는 진주를 줍게 하려고 하셨나보다”며 “이번에 가톨릭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해 동명영화 개봉에 이어 최근 일본어판이 번역출판 되면서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공씨는 “우행시는 제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는 기도도 열심히 하면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작품을 써볼 생각”이라며 전했다.
■ 소설가 공지영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공지영씨는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 에 ‘동트는 새벽’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제7회 21세기 문학상, 2002년 제27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소설 문학상, 2004년 제12회 오영수 문학상, 2006년 제9회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등이 있다.
■ 수상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상처받은 영혼 치유의 과정 담아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여교수와 세명의 여자를 살해한 사형수의 이야기.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듯 닮아 있는 서로에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짜 이야기’를 나누며 애써 외면해왔던 자기 안의 상처를 들추고 치유해 나간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각기 다른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신선한 세상살이와 삶의 상처들을 들여다본다. 겉으로는 아주 화려하고 가진 게 많은 듯 보이지만 어린 시절 겪은 상처와 가족에 대한 배신감으로 냉소적으로 살아가는 문유정,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상 밑바닥을 떠돌다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정윤수. 그 둘은 첫 만남에서 닮아 있는 서로의 모습을 알아본다.
소설은 그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저 무심하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시간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사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시간으로 자리 잡는다.
삶과 죽음, 선과 악, 죄와 벌 그리고 진정한 생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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