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들면 감사의 마음 샘솟죠”
녹내장으로 실명 위기도… “새 성경도 필사할 터”
성경 필사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구약 완필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기 힘들다. 하지만 조재웅(요한.70.서울 창4동본당) 할아버지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음먹고 달려들기도 힘든 일을 5년에 걸쳐 붓펜으로 이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성취가 돋보이는 것은 주님에 대한 신앙으로 고통 속에 일궈낸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2002년 1월 시작된 조할아버지 성경 필사는 자손들에게 올바른 믿음을 전해주고픈 마음에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교사로 41년간 교단을 지키다 2000년 정년퇴직한 할아버지에게 당뇨병과 함께 닥친 녹내장은 삶의 의지를 꺾어 놓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전혀 뜻하지 않은 난관 앞에 주님께 매달리는 마음은 다시 한번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실명 상태에까지 이르러 일주일에 두세 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오면 한동안은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순간순간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일어나 앉아 붓펜을 들었다. 의사나 가족들이 한사코 말렸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보통 사람이 2시간이면 될 작업도 네댓 시간이 걸려야 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참기 힘들 정도로 눈이 아프다가도 펜만 들면 글씨가 또렷해지면서 새로운 의욕에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렇게 쓸 수 있게 해주신 것만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위에서 모두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는 새벽 5시면 일어나 부인 윤의순(로사.65)씨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제들을 위한 기도를 필두로 가정을 위한 기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 등 16가지 기도를 바치는 일로 하루를 열어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0월 신구약을 완필할 때까지 4년 10개월 동안 쌓인 노트만 23권에 그간 사용한 붓펜만 298자루에 이른다.
올해 들어 할아버지에겐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생겼다. 공동번역성서를 필사해오는 동안 새 성경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 바로 성경필사 노트입니다.”
성경을 필사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는 조할아버지, 그는 하느님 말씀을 맛들이는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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