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한 이웃돼야죠”
교구 40주년 준비 첫해로 ‘열린 교회’ 지향
문광부 지원…이주여성 등 외국인사목 탄력
안동교구가 2009년 교구 설정 40주년을 앞두고 희망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 준비의 첫해인 올해. 교구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를 사목방향으로 정하고, 교구민에게 ‘열린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교구는 40주년을 향한 첫 여정으로 ‘열린 교회’의 삶을 지향하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구체적 실천사항으로 어르신, 이주노동자.이주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함께 설 것을 제시한다.
이는 농촌교구인 안동교구의 현재를 바라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구 관할지역인 경북 북부지역은 고령화 사회이거나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는가 하면, 농촌총각 결혼을 위해 시작된 국제결혼으로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01년 500여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은 지난해 말 현재 3150여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목의 중요성이 요청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난해부터 교구 이주사목위원회(담당 정일 신부)도 적극 나섰다.
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첫 과제로 농촌지역에 늘어나고 있는 이주여성들을 품을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안동 목성동성당에서 매달 마지막 주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지서 온 이주여성들을 위한 ‘외국인 모임’을 갖고 있다. 한글교실과 영어미사 봉헌으로 이뤄지는 이 모임에는 이주여성과 자녀들, 유학생 등 70여 명이 함께 한다.
최근 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목에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최숭근 신부)과 함께 기획한 다문화가족 한국문화 바로알기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가 문화관광부 ‘종교시설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나눔의 마음은 뜨겁다. 현재 매달 모임에서 한글교실과 점심식사, 미사전례를 위해 2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한다. 또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한국문화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주외국인에게 시급한 것은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것. 한글교실은 초급과 중급으로 나눠 실시되는데, 초급반은 한글 자.모음 기초부터, 중급반은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와 가정생활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이주여성들이 한글을 배울 동안 자녀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가톨릭상지대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나서 아이들과 종이접기, 가베놀이 등을 하며 정서발달에 도움을 준다.
중급반 봉사를 맡은 성숙현(오틸리아.정상동본당) 안동시의원은 “우리말 뿐 아니라 문화 이해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특히 신자 중심으로 대모제를 실시해 형제적 친교를 나눴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지난 ‘세계 이민의 날’에 목성동성당에서 외국인 모임을 가졌다. 농번기에 지역행사까지 겹쳐 모인 수는 적었지만,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몇몇 이주여성들에게 모임에 참가한 소감을 물었다. 하나같이 ‘미사를 드릴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교구에서 필리핀인들을 위한 영어미사를 마련하기 전까지 국제결혼을 주선한 통일교나 집 근처의 개신교회에 나가곤 했다는 것.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담당 정일 신부는 “필리핀 여성의 경우 교적정리를 도와 인근 본당이나 공소에서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종교를 떠나 중국, 베트남에서 온 여성들을 위한 지원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 외국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교구 사회복지위원회(담당 최숭근 신부)를 중심으로 각 지역 복지관과 연계해 한글교실 등에 나선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이 작은 공동체에서 교구 설정 40주년을 앞두고 ‘시대에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상처받은 마음 위로하고 나눠야”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담당 정일 신부
“국제결혼으로 한국을 찾게 된 이주여성들에게 하루만이라도 따뜻한 쉼터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담당 정일 신부는 “열악한 농촌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안동지역 이주여성들을 중심으로 매달 한차례 목성동성당에서 ‘교구 외국인 모임’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상주지역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공동체를 이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시골에서 지내다보니 자주 모일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간혹 버스비가 없어 모임에 못나오기도 하죠. 그런 사정들을 들을 때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를 위해 정신부는 “각 지역 본당과 공소가 이주 외국인들을 묶을 수 있는 매개체가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다문화가족 한국문화 바로알기 ‘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라는 프로그램으로 문화광관부 지원을 받는다.
“이주여성 가운데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나 가정폭력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도 많습니다.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도록 돕고, 민원상담을 통해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나눠야 할 것입니다.”
해야할 과제가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외국인 모임의 주축을 이루는 필리핀 여성 대부분 교적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며, 이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배우자와 자녀의 신앙교육까지 이끌어야 한다.
정신부는 “현재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전문가 초청 교육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존중과 사랑으로 더불어 함께 하는 친교의 교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농산물 판매와‘생명농업’ 교육의 장
◎교구 가톨릭농민회 구심점 ‘가톨릭농민회관’
지난해 12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회장 권오수, 지도 김시영 신부)에 기쁜 일이 생겼다. 교구와 교구 농민들이 힘을 모아 ‘안동가톨릭농민회 물류센터’를 세운 것.
모두 5억여 원의 건립비를 들여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에 지은 물류센터(이하 가톨릭농민회관)는 대지 1150평에 건축연면적 403평 규모로 지어진 3층 조립식 건물이다.
하역장과 저온창고, 직판장, 농민회 사무실, 회의실, 교육관 등이 들어선 이 건물은 단순한 ‘물류센터’ 개념을 넘어 현재 교구 가톨릭농민회 구심점을 이루는 ‘가톨릭농민회관’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설립 취지에 따라 가톨릭농민회관은 교구 친환경농산물 판매의 중심이며, 교구 농민을 위한 생명농업 교육의 장으로 운영된다.
특히 가톨릭농민회관 앞 농지 300평은 지역 어린이집 등에 분양해 농촌 체험의 장으로 개방한다. 6월 한달간 교구 가톨릭농민회 주최로 여러 생태체험 행사가 이어지는데, 7일 어린이 손모내기 녹색체험과 9일 시민·사회단체 손모내기 행사가 가톨릭농민회관에서 마련된다. 뿐만 아니라 100여 명이 숙식할 수 있는 교육관에서는 교구 농민은 물론 지역 농민 교육, 학교급식 관련 회의 등이 지속적으로 열린다.
농민회 실무를 맡고 있는 권기찬 사무차장은 “무엇보다 농민들이 잘 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면서 “지역농민과 지역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학습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모임터로, 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가톨릭농민회관은 실질적 우리농 운동의 전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농촌공동체 뿐 아니라 도시공동체의 동참도 필요하다.
농민회 한 관계자는 “현재 한·미 FTA로 어두운 농촌 현실에서 무엇보다 우리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구 가톨릭농민회는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한 유기농쌀 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농 쌀’ 약정을 받고 있다. 유기농쌀 10kg 약정시 소비자가격 4만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문의 054-843-0127∼8, andongkcfm@sendu.com
사진설명
▶교구 ‘외국인 모임’을 마치며 이주사목위원회 담당 정일 신부와 이주여성과 자녀들, 유학생, 봉사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구심점으로, 친환경농산물 물류센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가톨릭농민회관’. 앞에 생태체험 농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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