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에 ‘사랑의 메시지’ 담아
꿈을 향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과 가수라는 모습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노력,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가는’ 노력은 신자로서도 끊임없이 지속해야하는 것이었다. 편협함은 일반 무대에서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교회언론매체를 통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주어지면 이 문제에 대해 꼭 한번 언급하고 싶었다.
나는 솔직히 한국교회가 너무 정체돼 있다고 느낀다. 한국 교회 안에서 문화예술인들이 탈렌트를 펼치기엔 나의 경험으로도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교회를 위해 봉헌하고 싶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중가수가 다른 무대를 포기하고 성가앨범을 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격려와 지원도 필요하다. 나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권위적으로 막아선 현실에서 괴리감도 느꼈고, 너무 폐쇄적인 분위기와 문화예술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이 적은 공허한 메아리에서 도리어 내 열정이 부서지는 상처도 받았다. 비슷한 상처로 교회를 떠난 이들을 많이 봤고, 앞으로도 많은 신자 연예인들이 교회를 멀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교회가 ‘왜 내가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를 좀더 적극적으로 알려주길 바란다. 일방적인 의견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포장만 좋아서 물건을 사지 않고 직접 맛을 보고 사는 세대다.
가수는 창작물과 대중 사이의 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중가요에서도 얼마든지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대중가요의 가사가 좀 유치할 수도 있지만 대중가요는 국민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내가 데뷔했을 때도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하며 저급시하는 분위기가 물론 있었다. 나는 그때 통키타 반주로 트로트 ‘너무합니다’를 불렀는데, 평론가들은 그러한 시도가 소위 인텔리층의 관심을 모았다고 말했다.
나는 팝과 트로트를 접목하는 시도도 했고, 판소리를 무대 위에 적극 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인이 부르는 노래에는 한국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도한 것이었다.
음악은 민족과 언어, 문화가 달라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무엇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러한 영향은 종교 안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등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도 우리의 성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랑’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담아가길 바란다.
수년 전 나는 교통사고로 1여년을 꼼짝하지 못하는 고통을 당했었다. 처음 두달 정도는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심한 부상이었다. 의사 말로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차이로 상처가 비켜가 하반신 마비를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 병실 침상에서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그대로 꼬꾸라졌었다. 그래도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기적적으로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성가 앨범을 발매한 것이었다.
나는 가수다. 앞으로도 노래를 통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흔히들 표현하듯 ‘독하다’라는 소리를 들을 지언정 그 꿈을 포기하고 다른 이익을 얻기 위해 타협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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