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라 희망의 꽃들이여
묵묵히 땀 흘리는 선교사 위한 기도 당부
하느님 아버지.
시에라리온에서 돌아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갑니다. 시에라리온에서의 생생한 감동도 어느덧 점점 식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꼭 먹을 필요가 없는 간식을 먹고, 남긴 음식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립니다.
이상원 신부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택시를 절대 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이제는 덜컥덜컥 잘도 택시에 올라탑니다. 좋은 식당을 찾아서 좋은 음식을 먹으려하고, 좋은 옷을 입으려 합니다.
이상원 신부는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랑을 가슴에 안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만 짜증이 나도 쉽게 화를 내고, 불평을 합니다. 모든 것은 나의 잣대로 판단하고, 남을 평가합니다.
이는 인간 자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저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악수를 청하던 8살 여자 아이의 맑은 눈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슴을 훤히 드러낸 채, 부끄러움도 모르고 박장대소를 터뜨리던 18세 소녀의 밝은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영어 소설책을 항상 들고 다니던 22살 청년의 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이웃을 돌아볼 줄 모르고,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저를 다시 채찍질해 일으켜 세웁니다.
늘 시에라리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늘 깨어 있고 싶습니다. 늘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멘.
◎마케니 교구장 비구지 주교
“시노두스로 능동적 교구 만들터”
“시에라리온은 이제 막 일어서는 젊은 교구입니다. 한국교회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이상원 신부가 소속된 시에라리온 마케니 교구의 교구장 비구지(Biguzzi) 주교는 “열악한 환경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시에라리온 사람들을 사랑으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1987년 주교품을 받은 비구지 주교는 “1988년 한국 세계 성체대회에 참가했는데, 당시 한국교회의 역동성과 열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시에라리온 교회도 그런 역동성을 지닌 교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케니 교구는 1962년 교구로 승격, 1977년 첫 방인 사제를 탄생시켰다.
현재 21개 본당에 방인사제 30명과 외국인 사제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비구지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복음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재로선 역부족인 상태. 이슬람에서 사원 3000여 개를 증설하는 등 대대적인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고, 일부일처제와 토템이즘 등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교통 및 통신 기반 시설이 열악해 주교와 사제, 교구청과 본당간 연락은 주로 무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의료시설이 취약해, 성직자들도 늘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매년 사제 5명 이상이 질병에 걸려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사제도 2~3명에 이른다.
그러나 희망마저 접을 순 없다. 비구지 주교는 “시노두스를 통해 마케니 교구를 도전을 극복하는 교구,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교구, 스스로 일어서는 교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살아가는 선교사들이 많습니다. 이상원 신부도 한국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선교사들의 땀을 기억해 주시고, 늘 기도로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원 신부 선교 후원
신한은행 110-077-255287 예금주 이상원 신부
문의 02-778-7671 가톨릭신문사 취재팀
사진설명
웃음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에서 시에라리온의 밝은 내일을 엿볼 수 있다. 어둠의 땅에 함께 희망의 빛을 일궈가면 어떨까? 마지막 사진은 마케니 교구장 비구지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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