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간소하게 하고‘야훼는 나의 목자’ 불러주오”
“와 이래 안아프노.”
투병 기간 내내 “이 고통을 교구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위해 봉헌한다"며 기꺼이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던 정주교는 희생을 봉헌하기엔 고통이 너무 미약하다며 우스갯 소리로 주위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임종 전 마지막 일주일을 한시도 정주교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김경욱 신부(홍보 전산실장)는 “주교님의 배려심은 투병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며 “문안객들은 밝고 활기차 보이는 주교님 모습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많이 괴롭고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임종 하루 전인 5월 31일. 이른 저녁을 요청한 정주교는 오후 5시 15분께 아직 햇살이 남아있는 밖을 응시하며 나가기를 원했다. 부산성모병원 11층, 입원 환자라곤 혼자뿐인 이곳에서 정주교는 김신부가 미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요함 가운데 텅빈 복도를 한바퀴 돌며 곳곳에 이승에서의 마지막 축복을 내렸다.
임종 20분전. 김경욱 신부가 나즈막히 속삭였다. “주교님, 예수님 만나러 가셔야지요.”
“안다.” “안다.”
힘겹게 입술을 움직이며 응답한 정주교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조금씩 조금씩 잦아드는 숨결. 정주교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제들과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평소에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어른이셨지만 투병과 임종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런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죽음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평화로이 받아들이며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장례는 간소하게 하고, ‘야훼는 나의 목자’ 성가를 불러주시오.”
정명조 주교가 남긴 마지막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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