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상보 10. 결론
양적 성장에 따른 선교 안일주의… ‘쉬는 신자’ ↑
교회중산층화로 정치적 보수화… 대사회적 역할 ↓
▨ 제3차 조사결과 요약
제2차 조사 이후 지금까지의 시기는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동기였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는 제2차 조사에서 확인된 경향이 대부분 심화됐다.
① 신자들 사이의 공동체적 유대는 제2차 조사 이후 더 약화됐다.
② 열심인 신자들과 소극적인 신자들 사이의 신앙생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③ 교회생활 참여 정도와 열의가 더 감소했다.
④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한 참여도와 교육 효과 모두 높아졌던 경향은 계속되었고, 교회 미디어 활용, 열독율도 증가했다.
⑤ 교회 지도자들과 평신도 사이의 소통은 2차 조사에서 ‘잘 안 되는 편’으로 평가됐는데, 이 경향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향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효과성이 모두 낮아졌다. 반면 교회운영에 평신도의 참여가 늘어나고,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상향 커뮤니케이션의 빈도가 늘어났다.
⑥ 교회의 미래에 대한 비판적인 전망이 소폭(10.8%) 증가했다.
⑦ 사회참여에 대해 소극적이 되었다.
⑧ 제2차 조사에서 신자들의 신앙유형이 전반적으로 개인주의화 내지, 사사화(私事 化)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면, 본 조사에서는 이 징후가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탈제도적 종교성의 확장으로 표현된다.
⑨ 타종교에 대한 호의도는 제2차 조사에 비하여 개신교는 현저하게(20% 가까이) 증가하였고, 불교, 이슬람, 유교, 원불교는 의미 있는(10% 정도 증가) 변화를 경험하였다.
한국 교회가 질적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먼저 교회 내 여러 신원들의 역할이 조정되면서 수도회의 역할 범위가 넓어진 것과 신자들의 활동 및 자원할당 영역이 기존의 교회-사회 이분법을 점차 해체하고 있다.
교회 단체도 신심 및 봉사활동 위주에서 여가기능이 추가되는 형태를 보였다. 소공동체 사목은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탈제도적 종교성이 강화되고, 신앙생활 투신도면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각 영역에서 나타났던 변화들의 양상과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남성 신자의 비율이 서서히 늘었고, 40대 이상이 59.1%로 청년, 청소년대의 비율이 더 낮아졌다. 교육수준, 거주지분포, 소득수준은 전체 국민수준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앙교육과 교회미디어 이용률은 근소하게 증가한 가운데, 교회신문 구독률은 22.4%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잡지 구독률은 낮아졌다. 교회 일반 서적과 교회 영상물에 대한 이용률은 소폭 증가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는 주보였다.
영성생활과 신앙공동체 생활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신자로서의 자부심도 약화됐다. 소속감을 나타내는 중요지표인 신자들과의 교류정도, 본당 행사 참여도도 감소했다.
영성심화를 위한 신앙행위에서는 일반적 통념보다 높은 종교성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례 참가율, 성경 열독률, 기도·기원의 빈도 모두에서 높은 빈도와 실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신앙공동체 참여와 자원동원은 자원동원능력의 감소 또는 신앙공동체에 대한 참여의 감소로 해석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참여의 방향과 자원할당의 영역을 확장한 것은 긍정적인 결과임에도, 전체 양상은 신앙투신도의 약화로 해석된다.
전교는 활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소공동체 사목은 소공동체 참여율의 증가와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보다 구체적이 된 것과 같은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 사회참여와 사회의식에서 신자들의 사회활동 참여의사는 대체로 소극적이고 보수적이었다.
종교의식과 이웃종교에 대한 태도에서는 접근이 용이하고 종교적 색채가 덜한 행위에 대하여는 체험빈도가 높았다. 종교의 공존에 대한 태도에서는 대체로 공존을 선호, 배타성이 크지 않았으나 가정과 혼인에서만은 종교 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쉬는 신자 항목에서는 냉담이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시기는 신앙생활 전체에 걸쳐 일어났다. 쉬는 신자들에서 5명 중 2명은 신앙을 재개할 의사가 있고, 10명 중의 1명은 천주교를 떠날 생각이 있었다. 신앙을 재개할 의사가 있는 이들 가운데 10명 중 4명은 고해성사, 교무금과 같은 부담을 경감 혹은 탕감시켜 주기를 바랐다.
한국 교회의 주요과제는 사회복지(지역봉사 포함), 신자들 간의 친교 확대, 청소년에 대한 관심, 쉬는 신자에 대한 관심과 조처, 국내 선교, 신자 재교육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정치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퇴조하고, 사회복지와 교회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교회의 미래에 대하여는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다소 우세한 가운데 정체 내지는 후퇴를 내다보는 의견이 제2차 조사보다 늘었다.
▨ 조사결과의 선교·사목적 의미
제3차 조사결과는 제2차 조사의 연장에 있으면서도 새로이 나타난 현상과 특징들도 보여 주었다. 우선 중산층 교회로 굳어진 현상을 적극 타개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쉽다. 여러 계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 시급한 사목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중산층화의 영향으로 교회가 정치적으로 보수화됐다. 이는 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이 바뀐 탓도 있지만, 교회 내부에서 스스로 정치적 선택의 폭을 좁힌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교회의 사회정치적 관심과 역할 축소로 인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또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일에 소홀해지면 보편적 복음을 편파적인 복음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한국 교회는 양적 고도성장에 따라 사목과 선교측면에서 안일주의에 빠져 있다. 이때 한국 교회에 불편한 표지(sign)는 늘어나는 ‘쉬는 신자’이다. 심층적인 사목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세 번째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이 변화하면서 점차 교회 내부 혹은 개인 신앙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현상이 교회의 주요활동과 직접 관련을 맺지 않고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확실히 본 조사결과는, 신자들의 교회 내부와 자신의 신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 데 반해 정작 공동체적 결속력이나 교회생활에 대한 투신도는 약화된 것을 보여준다. 2차 조사 이후 계속되어 온 신앙의 개인화, 사사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소공동체 사목이 시작된 것이니 앞으로도 이 사목을 어떻게 지속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전통적 종교성의 영향력이 여전한 점이다. 종교적 포용성이 높아진 것은 한국과 같이 종교다원사회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것이 신앙의 깊이에서 오는 포용성이 아니라면 사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자재교육, 이른바 재복음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 사목방향 제언
가장 우선적 사목방향은 소공동체 사목의 지속이다. 신앙의 개인화,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 감소, 개인 신앙 투신도의 약화 등 모두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인 까닭이다.
소공동체 사목은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전국 대부분의 교구의 핵심 사목방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사목기획(企劃)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교회 미디어의 적극 활용이다. 제2차 조사 이후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방송 통신 환경의 급격한 변화이다. 인터넷 환경도 이 시기에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지난 시기 긍정적 영향 가운데 하나가 ‘신심 서적 읽기 운동’, ‘성경에 대한 관심’이 활발하고 높아졌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거울삼아 미디어를 활용한 신자재교육을 활성화하고, 교회언론과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신자재교육 방향을 세워야 한다.
세 번째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의 조정이다. 이제는 국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려면 교회가 보다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주교회의 산하 각 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교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교회의 사회적 위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 본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교회의 새로운 내부 사목환경 가운데 하나가 신자 단체들이 더 다양해지고, 관심과 활동의 영역이 외부로 더 넓어진 것이다. 교회의 여가기능도 확대된 듯하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수용하고, 한국 사회의 세분화·전문화 경향에 발맞춰 직능별 단체를 조직하고, 소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속인적인 공동체의 종류를 넓혀가는 노력이 현 단계에 요구되고 있다.
지난 시기 동안 평신도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수도자의 역할이 재정의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침 사목환경변화가 교회 내 각 신원의 역할을 재정의 하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므로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각 신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사목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다섯 번째로, 한국 교회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중간층의 교회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를 긍정적인 조건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여건은 늘어난 자원동원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가 다인종·다문화·다민족·다종교 사회가 된 것을 반영하고, 활동영역이 지구적으로 확장된 것을 반영하여 사목의 방향도 좀 더 지구적이 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세계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책임을 더 강화하고,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범위로 더 넓혀갈 때 이 시대의 성령이 요구하는 교회상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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