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자, 귀순용사, 귀순동포, 탈북주민, 자유이주민, 자유북한인, 북한이탈주민, 탈북자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던 ‘새터민’.
낯설지 않은 이웃인 그들이 희망을 가지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회 차원의 진지한 모색이 진행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는 6월 22일 오후 2시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새터민과 함께하는 한국 천주교회’를 주제로 2007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 참석자들은 새터민에 대한 실태와 교회의 새터민 지원 현황 등에 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발표 요지.
정리 유재우 기자 jwyoo@catholictimes.org
“새터민들의 따뜻한 이웃이 되자”
■ 기조강연 새로운 희망의 사람들 새터민(한정관 신부)
우리 사회에도 낯선 땅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특히 새터민들은 낯설지 않은 이웃이 되어버렸다. 사실 북한 주민들이 낯선 대상일 수 없다. 잠시 소원한 관계에 빠진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형제가 이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요청하고 있다.
새터민들은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사회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한 문제 ▲심리적, 정서적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 ▲경제적 불안정 및 실업으로 인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새터민들에 대한 이해는 바뀌어 가고 있다. 냉전시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에 북한은 분명한 적이었고 북한 주민들도 무섭게 여겼다. 경제난이 시작되어 생존에 위협을 느낀 대규모 탈북자가 나왔을 때는 가난한 동포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그들을 도왔고, 그들의 처지를 생각했다.
이제는 그 가난한 동포들이 우리 사회에 대규모로 들어오자 함께 살아야할 존재로서 부담이 되고 있다. 그것은 서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도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많은 어려움을 확인한 것이다.
교회는 새터민들이 이 사회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하며,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내적 상처를 치유해줘야 하고, 정착과정을 도와야 한다. 이와 함께 좋은 이웃도 되어줘야 한다.
새터민들도 우리 가운데에 온 형제들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북한 동포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을 주셨다. 하느님은 형제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 북녘에도 복음이 다시 전해질 수 있도록 안배하신 것이다.
새터민들은 새로운 복음의 씨앗이다. 언젠가 이들을 통해 전해지는 복음의 힘이 많은 교회를 만들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희망을 가지고 정착하도록 따뜻한 이웃이 돼야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간직하도록 그 사랑을 전해야 한다.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 필요”
■ 발표 1 새터민 전반적 실태 및 타종교 지원 사례(임을출 박사)
오늘날 어느 종교든 새터민 문제는 적지 않은 도전과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터민들의 국내 정착지원 과정에서는 민간단체, 그중에서도 종교단체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새터민을 비롯해 정부 언론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새터민은 1999년에 100명 선을 넘기 시작하더니 불과 3년 뒤인 2002년부터 연간 1000명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에는 2000명(2019명)을 넘었다. 이제 ‘연간 2000명 탈북자 입국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탈북현상의 부문별 특징도 달라지고 있다. 여성 탈북자의 급증, 생활고, 20~30대 탈북자 증가 등이 그것이다. 구조적으로 열악한 북한 경제,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탈북자의 지속적인 증가는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새터민들은 대체로 건강, 취업, 북한 잔존 가족 걱정, 외로움, 부채 등의 고민도 가지고 있다.
전문가와 새터민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새로운 정착 시스템 개발 ▲새터민 급증을 대비한 마스터플랜과 정착과 적응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 마련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을 장기적으로 실시 ▲새터민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종합적인 사회통합정책 수립 등을 내놓고 있다.
새터민들은 미래 남북한 통합시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이다. 한 인권단체의 비공개 조사에 따르면 새터민 가운데 약 60%가 종교생활을 하고 있으나 기독교 신자가 88.7%로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천주교를 믿는 이들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까운 미래에 북녘 땅에 복음의 씨앗이 자라는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새터민과 함께 하는 천주교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새터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교육과 의료보건 지원 사업에 집중해 교회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네트워크 통한 종합적 지원 계획”
■ 발표 2 인천교구 민화위 새터민 지원 사례(오용호 신부)
민족의 분단은 분명 21세기 한국 교회의 가장 큰 십자가이며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하고 남북한의 평화 정착은 지연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다양한 채널을 통한 지속적으로 교류 협력을 해야 한다. 1만 명이 넘으며 점차 증가하게 될 새터민들에 대해서는 남한 사회에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 걸쳐서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새터민의 정착 문제는 북한에 두고 온 새로운 이산가족의 문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숙제를 낳고 있기도 하다.
정신적 충격과 상대적 박탈감, 북측 사람에 대한 남측의 차별, 한국의 자본주의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통일 한국의 크나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교회의 지혜로운 사전 준비와 사려 깊은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인천교구 민화위는 새터민의 정착 지원을 위해 5가지 유형의 새터민 지원 사업을 해왔다. 장학금 지원, 생활용품 지원, 취업알선, 의료 및 후생지원, 천주교 새터민 모임 지원 사업 등이 그것이다.
새터민들이 우리 사회의 짐이 아니라 앞으로 통일 한국을 함께 살아 갈 이웃이라고 생각하며 새터민들을 통일 후 남북한 주민 간에 사회적, 문화적 통합의 선도자로 인식하고 정착을 돕는다면 그들은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 인천교구 민화위는 1천 명이 되는 인천교구내 새터민을 위해 가칭 ‘인천 새터민 지원센터’를 2007년 하반기 중에 설립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인천 새터민 지원 센터는 앞으로 ▲신규 새터민 정착지원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각종 상담 ▲사회적응 지원 ▲경제활동 지원 ▲아동, 청소년 지원지역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을 타 기관의 협력을 받아 새터민들이 희망하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관심 배려 등 정신적 지원 절실”
■ 발표 3 한국 교회의 새터민 지원: 현황과 대안 모색(임순희)
2007년 초 ‘새터민 1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일컬어 ‘새터민 1만 명 시대’라 함은 다른 무엇보다도 앞으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새터민들의 존재 의의와 이들에 대한 역할 분담이 보다 더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새터민들이 남한사회 적응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 중 다른 무엇보다도 문화적 이질감이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터민들에 대한 정신적 측면에서의 지원은 정부, 또는 다른 민간 사회단체의 지원보다도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지원이 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다. 실제 주교회의 민화위와 각 교구 및 수도회들은 새터민 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입국 직후 새터민들을 조사하는 기관인 대성공사와 이들의 사회적응훈련 기관인 하나원에서는 새터민들을 위한 다양한 협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문제점은 있다. ▲대성공사, 종교 활동 시설 미비 ▲하나원 종교 활동, 시설 인근 교구 및 본당에 집중 ▲교육생들의 과도한 개신교에 대한 의식 ▲하나원 교육생 현장체험 실시, 일부 교구 및 단체에 집중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와 함께 새터민 재정착 이후 지원 활동에도 ▲각 교구 및 본당과의 연결 성과 부진 ▲새터민의 호응 부족 ▲지원 사업(활동)의 체계성, 지속성 미흡 ▲교구 및 본당 사목자의 관심 부족 등도 문제점 이다.
교회의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응 및 정착 지원은 정부, 또는 다른 민간 사회단체의 지원과 차별화 되어야 한다. 교회의 새터민 지원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와 같은 차별화된 지원에 있어서는 양적인 것에 치중하기보다 질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새터민 지원은 “그리스도교적 관심으로 내 형제 자매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나눔이어야 한다”는 말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사진설명(차례대로)
한정과 신부, 임을출 박사, 오용호 신부, 임순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