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 나누며 ‘신앙의 기쁨’ 체험
전담사제 파견해 교구관심·사목의지 표명
후원 회원 확보·공소 신축·리모델링 지원
삼가공소, 공동체 결속 다지며 선교에 투신
“신부님, 요셉씨가 요즘 농삿일로 바빠 우리들이 도와주러 가려고 합니다.”
“아, 그래요 저도 함께 갈테니 시간 맞춰봅시다.”
마산교구 합천본당 관할 삼가공소에 터전을 잡고 농어촌사목 전담신부로 활동하고 있는 윤행도 신부가 공소에서 미사를 바친 후 신자들과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4년 1월 마산교구는 교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윤행도 신부를 농어촌사목 전담신부로 임명하고 공소 활성화를 위한 초석을 놓았다. 산재해 있는 70여 개의 공소들을 각 관할본당에서 관리,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담신부를 별도로 둔 것은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공소 신자들에게 교구의 관심과 사목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 공소들의 경우 도시화 현상으로 젊은이들은 떠나가고 60~70대 노인들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마산교구는 지역적 특성상 공소들이 많고, 예전 ‘신앙의 못자리’로 든든한 역할을 담당했던 공소 활성화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윤신부의 달력을 보면 공소 사목방문 등 여러 일정들로 빼곡하다. 부임 3년 5개월만에 차량 이동거리만도 15만km나 된다. 교구 내 전체 공소가 모두 사목지이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농어촌 사목 전담사제가 하는 주요 역할은 후원회 활성화와 공소 신축 및 리모델링, 공소의 홀몸 노인 지원 등이다. 예전 뜻있는 신자들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농어촌선교 후원회의 경우 윤신부 부임후 3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이 중 1000여 명은 매달 정기적으로 공소 활성화를 위해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현재 마산교구의 평균 공소 신자수는 10~20명 정도. 많게는 50~60명 정도가 활동하는 공소가 있는 반면, 70대 노인 2명만이 신앙생활을 하는 곳도 있다. 공소에 선교사가 상주하고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거창본당 관할 가조공소, 함양본당 관할 문정공소, 산청본당 관할 단계공소 등은 은퇴한 수녀나 평신도 선교사가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교리와 성경공부 등을 가르치며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그렇다고 관할본당에서 공소에 전적인 지원을 펴는데도 한계가 있다. 공소가 있는 본당의 경우 시골지역이라 전폭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데다 많게는 관할 공소가 7개나 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전담신부가 상주하고 있는 삼가공소의 예를 보면 교회의 관심과 지원에 따라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신자 수에서 10여 명에 불과하던 인원이 40여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다른 공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인들만 살다보니 한주 한주 모여 공소예절하는 것으로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왔다. 그러다 전담 사제가 함께 생활하며 매주일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신앙적으로 한층 안정을 찾게 됐다. 공소 신자들은 사제의 사목적 의지와 열정에 용기를 얻어 신앙의 기쁨을 체험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웃 주민들에게 선교활동을 펼쳤다. 아울러 그동안 냉담하고 있던 쉬는 교우들도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왔다. 또한 신자들이 증가하고 신앙적 열정이 충만해지면서 신앙모임도 생겼다.
삼가공소 소삼석(야고보.70) 회장은 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사실 그동안 몇몇 노인 신자들이 주일 공소예절만 해오며 명맥을 유지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신부님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신자들도 크게 늘어났고 냉담하던 신자들까지 나오면서 모든 이들이 신앙적으로 충만해짐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또 삼가공소 김정자(율리아.74)씨는 이렇게 바람을 밝혔다.
“오랜시간 침체된 공소 분위기에 젖다보니 신앙적으로도 삶에서도 의욕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고 무엇보다 새로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 우리 공소에 보다 많은 신자들이 늘어나 나처럼 즐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골지역의 경우 주민들간에 친분이 매우 두텁다. 어느 집에 숟가락 몇개 있는 것 까지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이곳 삼가공소신자들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친교와 화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축일의 경우 주일미사 후 반드시 소박한 ‘그들만의 잔치’를 열고, 집안 경조사나 일이 있을 때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마산교구가 교구 공소신자들을 대상으로 의미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공소 신자들은 공소 활성화 방안으로 ▲선교사 파견 ▲책임의식과 단합, 쉬는신자자 회두 권면, 선교로 신자 확보 ▲연령회의 활성화로 지역사회 봉사 ▲신앙에 대한 의식변화와 소공동체 활성화 ▲젊은 예비신자 확보 등을 꼽았다.
아울러 신자들은 바라는 사항으로 ▲선교사 파견, 수녀님 상주로 교리지도 ▲공소건물 수리 지원 ▲도시 본당의 단체와 공소 협조 ▲레지오, 소공동체 활성화 ▲전례용품의 지원, 미사전례 지도 등을 희망했다.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공소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교통의 발달로 본당 미사참례에 큰 지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관할본당과 거리가 멀고 차량봉사가 힘든 경우 등 그럴 여건이 안되는 많은 공소들이 있다. 더구나 선조 신앙인들이 신앙을 지키고 유지했던 ‘신앙의 뿌리’로서의 공소가 가진 상징성도 크다.
마산교구는 이러한 여러상황을 감안해 농어촌전담 사제를 파견, 어려워져가는 공소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공소신자들의 설문조사에 드러나듯 공소 활성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목적 방안이 절실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본당 신자들의 공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후원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다. 삼가공소의 ‘놀라운 변화’는 향후 어떤 사목적 대안을 갖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공소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농어촌 사목전담 윤행도 신부
“공소는 신앙의 못자리 적극적 관심·지원 필요”
“공소는 신앙의 못자리이자 우리에겐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공소에 단 한명의 신자가 남을 때까지 공소는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마산교구 농어촌 사목전담 윤행도 신부는 공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도시지역 신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시골 공소를 살리고 활성화하는데 큰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70개에 이르는 공소들을 사목방문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신부는 ‘농어촌선교 후원회원 확보’를 최대 과업으로 삼고 부임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주일에 도시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회원모집에 나서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공소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신부는 “한꺼번에 큰 액수를 공소살리는데 보태라고 내는 후원금도 감사하지만 이보다 지속적으로 소액을 지원해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며 “어떤 신자의 경우 초등학생인 자녀를 회원으로 가입시켜 어릴적부터 신앙교육을 시키는 경우를 보고 감동했었다”고 덧붙였다.
윤신부의 명함에는 한국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농민회 지도신부, 천주교마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 경남생태귀농학교장, 함안자활후견기관장이란 직함도 함께 적혀 있었다. 공소운영뿐만 아니라 농어촌사목 전담 신부로 해야할 역할과 소명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교구에서는 점점 어려워져가는 공소 신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비롯해 신앙생활 하는데 용기를 주기 위해 저를 처음으로 전담 사제로 임명했습니다. 그만큼 제게 주어진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시대적 변화와 교통의 발달로 공소의 존립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다고 설명한 윤신부는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도시에 신자들이 집중돼 있고 기반 시설이 이곳에 모여있다 보니 사목적 힘도 대도시에 쏟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눈에 드러나지 않는 작은 시골 공소와 신자들을 위해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이 관심과 기도를 바쳐주는 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달에 2/3이상 집을 비워야할 정도로 챙기고 관심가져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공소 신자들을 만나고 이들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이 소명이야말로 제겐 큰 보람입니다. 젊은사람들이 떠나고 난 그 자리를 묵묵히 채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노인 신자들을 만날 때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공소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것은 바로 우리 고향 신앙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중요한 과업이라 생각합니다.”
※문의 011-880-1806 윤행도 신부, 도움주실 분 843081-52-119186 농협
사진설명
▶마산교구 삼가공소 신자들이 공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성모상 앞에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사에 참례한 삼가공소 신자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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