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를 향한 그 열정
반세기만에 다시 피다
대전교구 합덕본당(주임 손범규 신부) 올 달력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대합덕 들판을 가로질러 걷는 꼬마 아이들과 한복에 미사보를 쓴 신자들, 수도자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6월 15일 열린 본당 성체거동 현양대회 모습이다. 전란의 와중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기도하는 모습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55년 후. 반세기 전 엄마 손에 이끌려 들판을 걸었던 아이들은 이제 일흔을 앞둔 노 신자가 됐다. 주름진 이마에 걷는 것마저 힘든 나이. 강산이 변하듯 사람도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들판은 그때 그 모습처럼 신자들로 가득 찼다. 묵주기도 소리도 크게 울려 퍼졌다. 성체를 향한 마음도 그대로였다.
6월 12일. 반세기만에 부활한 성체거동현양대회는 내포지방의 어머니 본당인 합덕본당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전국적으로 성직자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유서 깊은 본당임에도 이농현상과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던 본당은 현양대회를 통해 다시 기지개를 켰다. 대전교구 경갑룡 주교와 교구 사제단, 특히 본당 역대 주임사제들과 본당 출신 사제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교구 신학생들도 모두 참석했다. 신합덕, 유성 등 타 본당 신자까지 2000여 명이 본당 잔디마당을 가득 채웠다.
50여 년 전 신학생들을 위해 쌀을 보내줬던 고마운 본당이라며 합덕본당을 회고한 경갑룡 주교는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펠리칸에 비유했다. 굶주린 새끼들을 위해 자신의 내장을 쪼아 내어주며 죽는 어미 펠리칸처럼 예수 그리스도도 우리에게 남김없이 모든 것을 주셨다는 것.
“성체를 모시고 행렬을 하는 중에 우리 자신부터 성체의 의미를 새롭게 묵상하자”고 당부한 경주교는 “오늘을 기해 합덕본당이 거듭나 내포지역 모 본당으로서의 거룩한 자부심과 긍지를 잊지 말자”고 했다.
이날 대회 미사 중 본당 공동체는 성체거동 현양대회를 준비하며 실시한 평일미사 3000대, 묵주기도 10만단을 봉헌했다. 올해 117주년을 맞이한 본당은 올 연말까지 예비신자와 쉬는 신자 117명을 봉헌하는 ‘복음화 117운동’도 전개한다. 성직자 33명, 수도자 120여 명을 배출한 축복의 땅이 성체 안에 하나 됨을 첫 걸음으로 도약하려 한다.
사진설명
▶한국전쟁중이던 1952년 6월 15일 열린 합덕본당 성체거동 현양대회 모습(사진 가운데). 그리고 반세기 후, 2007년 6월 12일 들판을 가로지르며 성체거동 행렬을 가졌다(사진 첫번째).
▶반세기 전 엄마 손에 이끌려 들판을 걸었던 아이들은 이제 일흔을 앞둔 노인이 됐지만 성체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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