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사업으로 지역발전 선도
스자좡교구, 사회복지센터 건립·긴급 구호활동 전개
나눔실천 통해 사회 화합 주도…중국 교회 저력 보여
한국 교회의 사회사목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8개 단체 1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6월 10~18일 8박 9일간 중국 교회 내에서 사회사목이 가장 활발한 스자좡교구를 비롯한 한단교구, 랴오닝교구 등에서 ‘동아시아 교환 프로그램’이 열렸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기구인 ‘기아 퇴치와 발전을 위한 가톨릭위원회’(CCFD)가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 3. 26.)’ 반포 40주년을 기념해 국제가톨릭지성인문화운동(ICMICA), 우리신학연구소와 함께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중국 교회를 비롯한 아시아 교회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고 국경을 넘는 희망과 연대의 체험을 나눴다.
사회사목 교환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과 성과 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열렬한 신앙으로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란 고백을 할 때의 공포와 전율을 중국교회 신자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믿음을 고백하는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 힘들게 입을 열어 고백하고 그 말을 따라 살 때 닥쳐오는 고난을 누구 못지않게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중국 전체 가톨릭신자의 10%가 넘는 150여만 명의 교세를 자랑하며, 중국 내 23개 성(省)은 물론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2개 특별자치구를 통틀어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허베이 성의 성도(省都) 스자좡에 보금자리를 튼 스자좡교구(교구장 장타오란 주교)의 현재는 중국 교회를 새롭게 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17세기 초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뿌려진 믿음의 씨앗이 고스란히 스자좡교구의 전통으로 남아 있음을 깨닫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주고 전염병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인 구호 활동을 펼쳐 많은 이들을 교회로 이끌었던 여정이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스자좡교구의 신앙의 내력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스자좡교구의 사회사목은 사회복지 및 사회 개발 프로젝트를 필두로 교육 사업, 각종 연구 및 출판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97년에 설립된 천주교사회복지센터 ‘Jinde Charities(進德公益·대표 장스쟝 신부)’다.
진더 채러티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한 비정부기구(NGO)로 중국 교회 최초로 정부에 전국단위 단체로 정식 등록돼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진더는 국내외에서 모금한 자선기금을 바탕으로 긴급구호 사업과 보건·의료 활동을 비롯해 교육 분야의 사회발전계획 실행을 돕는 사업, 빈곤 추방 프로젝트, 장애인복지, 교회 운영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오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진더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35건의 재난 피해자를 긴급구호한 것은 물론 지난 2004년 서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는 사랑의 손길을 해외로까지 뻗쳐 국내외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20개가 넘는 초등학교를 짓는가 하면 6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해 인재 양성에도 힘쓰는 등 적잖은 성과를 기록해 방문한 한국 사회사목 활동가들마저 놀라게 했다.
특히 진더의 지원으로 교구 수녀회인 데레사의 작은자매회가 운영하고 있는 천주교 진더 노인요양원은 허베이 성 최초의 등록 양로원으로 스페인교회 등 외부로부터의 후원을 바탕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선보이며 노인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멀리 산동지역이나 산시성 등지의 노인복지시설 직원들까지 찾는 등 단골 연수코스가 되고 있다. 근래에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에이즈 문제 등 중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서 교회 안팎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선교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진더의 사회발전사업부는 주로 가난한 농촌을 대상으로 학교 교실 증축, 관개 수로 및 우물 공사, 농업교육 실시, 에이즈와 위생에 관한 교육.홍보 활동 등으로 사회 개발을 선도해 지역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 변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진더는 이같은 활동을 통해 종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켜온 것을 무엇보다 큰 성과로 꼽는다.
이러한 스자좡교구의 대 사회 활동은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음과 더불어 갈라진 사회를 묶는 교량 역할을 하며 중국 사회에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교환 프로그램에 함께 한 김경희 수녀(인천가톨릭노동사목)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온갖 어려움을 헤쳐 온 중국 신자들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보며 중국 교회의 저력을 실감했다”며 “가톨릭의 다양성 안에서 인간성 공동체성 인류애가 발현될 수 있도록 서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CCFD는?
프랑스 국제연대 단체로 80개국서 개발사업 지원
‘기아 퇴치와 발전을 위한 가톨릭위원회’(Catholic Committee against Hunger and for Development)는 프랑스교회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국제연대 단체다. 1961년 ‘기아에 반대하는 가톨릭위원회’(CCF)란 이름으로 창립된 위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교황 바오로 6세가 회칙 ‘민족들의 발전’(1967. 3. 26)을 반포한 것을 계기로 ‘발전’(Development)이란 명칭을 덧붙여 활동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CCFD는 개발 및 연대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과 나눔 실천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두 축으로 한다. 교육이 실천으로 이어질 때 참다운 가톨릭정신을 발현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교회 내 15개 평신도단체가 모여 시작된 CCFD는 현재 프랑스 수도회장상연합회를 비롯해 가톨릭언론인회, 가톨릭학생회,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가톨릭농민회, 가톨릭스카우트 등 프랑스 내 28개 가톨릭 관련 기구와 단체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CCFD는 프랑스 내 국제협력기구뿐 아니라 시민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큰 조직으로 매년 전 세계 80개국에서 550여개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카리타스가 빈곤문제 이주민문제 등 국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반면 CCFD는 전적으로 해외사업을 맡아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 걸쳐 2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와 1500여개의 각 지역 봉사팀이 활동하고 있는 CCFD는 정기 후원자 75만명에 10년 이상 장기 후원자만도 40만명이 넘을 정도로 교회 안팎에서 공신력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오직 일반인들의 순수한 후원금을 바탕으로 정치적 독립을 지켜냄으로써 지난 1988년부터 매년 정부와 시민들이 뽑는 우수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CCFD는 주교회의 위임을 받아 사순시기 동안 다채로운 캠페인을 벌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이 기간 동안 모인 봉헌금과 기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사순시기 동안 이뤄지는 캠페인은 주로 ‘식량주권’ ‘발전’ 등 국제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주일학교에서부터 정규고등학교 학생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져 큰 호응을 얻으며 CCFD의 이름을 ‘연대하는 지구’(TERRE SOLIDAIRE)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지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명성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CCFD는 각 나라의 단체들과 파트너십은 맺지만 지원하는 국가에 지부나 사무소를 두지 않아 국제단체로 확대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한다. 이는 해당 민족이나 국가의 문제를 당사자들이 역량을 길러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활동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CCFD는 토착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기여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월 창립된 해외원조기구인 ‘한국희망재단’이 CCFD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실정에 맞는 국제연대 활동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설명
▶스자좡교구 설립 수녀회인 데레사의 작은자매회가 운영하는 천주교 진더 노인요양원.
▶참가자들이 중국 허베이 성 스자좡교구 관할 내 농촌 시범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 해외원조 기구인 CCFD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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