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심리문제는 부모 영향”
11살 현우(가명)는 부모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싸워도 애니메이션에만 빠져있다. 5살 이후로는 눈물을 한번도 흘린 적도 없다. 아빠는 ‘지독한 놈’이라며 심리치료를 받게 했다.
그런데 아이의 마음을 열고 보니 문제의 원인도 해결책도 부모에게 있었다. 과거 부부싸움 중 지각없이 한 단 한가지 행동은 뜻밖에도 아이를 냉소적으로 변화시켰다. 당시 미안하다 말한마디만 했어도, 한번 안아만 주었어도 아이가 혼자 아파하지 않았을텐데.
세정가족상담연구소 박영보(안나.54) 소장은 이 상담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 없었다. 그는 현우의 문제 해결 방법으로 ‘가족 치유’를 권했고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 학습장애, 시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의 문제를 가진 아동·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과잉보호, 부모의 주도적 교육 무엇보다 ‘경쟁사회’안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들 그런 과정에서 알아서 크는 거야’. 대부분의 어른들이 일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종 쓰는 말이다. 그러나 박소장은 “그냥 넘기기에는 다원화된 현대사회 안에서는 부딪히고 겪어야할 문제점들이 너무 많아 자칫 고통속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박소장은 음악심리치료와 관련한 각종 과정을 섭렵한 전문가로 현재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과 대학원에도 출강 중이다. 에이즈환자들과 알코올중독자 자녀들을 위한 무료상담봉사 경력도 탄탄하다.
현장경험으로 다져진 박소장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을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꼽는다.
또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않고,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해는 내 편에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조망수용능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박소장은 조언한다. 또 마음을 조절할 수 있어야 실패 혹은 불운한 환경으로 좌절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특히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경우가 드문 형편이다.
박소장은 각종 심리문제를 푸는 방안으로 ‘마인드 힐링(Mind Healing)’법을 보급하고 있다. ‘마인드 힐링’은 심리검사와 진단, 치료, 명상과 묵상, 예술적 경험을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가는 가운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갖도록 돕는다. 이 방법은 현재 개신교회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박소장을 초빙해 정규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심리치료’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성인들도 대게 심리치료는 소위 ‘정신병자’가 받는 것이라고 꺼려한다.
아동·청소년들도 ‘성질 나쁜 아이들이나 받는 것’이라며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소장이 운영하는 연구소에 들어서면 우선 선입견부터 누그러지게 된다. 이곳에는 드럼과 온갖 특이한 악기와 체험놀이 도구 등이 가득하다. 대화를 위한 도구들이다. 연구소에서는 다른 병원 혹은 심리상담소와는 달리 그룹 치유과정은 없다. 모두 일대일 개별로 지원해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이 많다. 심리치료는 편안히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라고 역설하는 박소장의 의지 덕분이다.
박소장은 “현대사회가 다원화될수록 가정의 모습도 편부모가정 등 다양해지고,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발한다”며 “개개인이 감당해야할 스트레스가 커짐에 따라 각종 심리문제들의 치유와 예방을 위해 특히 종교와 지역사회, 매스미디어 등이 함께 연계해 실질적인 상담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심갖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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