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날이여~”
“내 생일에 받은 거라고 방에 딱 꽂아 놀끼라.”
한센병환우 어르신 13명이 처음으로 ‘장미꽃’을 받았다. 6월 19일, 경남 산청 산골 마을 성심원(원장 김기덕 수사)의 ‘아주 특별한 하루’다.
‘천형(天刑)’이라고 불렸던 한센병에 걸린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생일조차 기억 속에서 애써 지워내며 살았다. 태어난 날에 대한 원망을 늘어나는 주름 속에 숨겨온 지도 어느덧 반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다르다. 성심원이 어르신들을 위한 깜짝 생일잔치를 마련한 것. ‘깜짝 선물’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평소에 비싼 음식이라 먹을 기회가 없었던 대게와 장미꽃 한 송이, 주변 구경이 전부.
흔한 선물이지만 어르신들은 이날만큼 최고의 생일이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장미꽃을 귀하게 어르고 만지더니 치마폭 위에 곱게 올려놨다. 한센병 후유증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할아버지도 장미꽃을 만져본다. 이어서 생일상에 대게가 올려졌다.
“이것이 달기도 하고 짜기도 하고 뭔 맛이다냐?”
성심원 임재순 팀장은 “남들에게는 평범한 생일이 어르신들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된다는 자체가 편견이 가득했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미꽃을 곱게 챙긴 로사 할머니가 말했다.
“장미는 처음 받아봤지. 이렇게 생일을 챙겨주니 얼마나 좋아. 사실 나 생일 안 잊었어. 꼭 이맘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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