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전신마비 형제
아내 지극정성으로 극복
“사람이 떨어졌어!”, “사람이 떨어졌어요 신부님!”
11시 교중미사 후 왠지 불안한 느낌에 소리가 들려오는 성당 2층 성가대석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니… 이런…!’ 두려운 마음으로 사람들 한 가운데를 헤집고 들어가니 쓰러진 형제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119를 불러요. 어서!” 다급한 나머지 소리치고 말았다. 빠르게 도착한 119 구급차가 온 사이 수녀님께 급히 부탁한 병자성유만 들고 응급차에 함께 탔다.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는 그 청년에게 ‘괜찮을꺼예요’라는 말 한마디와 묵묵히 이마와 양 손에 병자성유를 도유할 뿐, 응급실에 도착한 이후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의사들에게 지금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 한 그 형제를 맡겨야 했다.
사고의 발생 이유는 성당 천장 전구를 교체하려 들어갔다가 밟지 말아야 하는 다른 곳에 발을 헛디뎌 7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30세였다. 그러나 나를 슬프게 한 건 그는 결혼 한 지 4개월 밖에 안 된 신혼이었다는 사실과 그 혼인의 주례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이다(사제 된지 1년차 때이고, 첫 혼인주례였다).
며칠에 걸친 수술로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으나 그 이후에 뇌 손상으로 인해 생활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막막한 그들의 인생이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러한 사건을 이겨내는 그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 그의 아내는 힘겨워 뿌리치고 도망을 칠 수도 있었겠지만 사랑하는 남편을 위한 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그 모든 아픔을 묵묵히 받아 들이며 병간호에 몰입했다.
중환자실에 병문안 갔을 때에도 무디고 감각 없는 손발을 주물러 주며 이렇게 해서 손가락 발가락 한번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기대와, 아직은 볼 수 없지만 자신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눈빛으로라도 이야기했으면 하는 학수고대의 마음을 그의 아내의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 정성이 지극했던지 다행이도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어 서서히 손가락, 발가락에 감각이 돌아오고 시각도 되찾는 기적을 얻게 되어 그의 아내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이 사건이 마냥 절망적인 사건으로 종결지어지기를 원치 않으셨다. 오히려 이를 통해서 고통과 어려움의 삶을 인내와 사랑으로 이겨내어 서로에게 강한 사랑으로 묶어주시는 은총을 보여주셨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의 의미와 그 수용에 대하여 알려주는 것 같다. ‘승화’란 이러한 경험에서 아주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고통을 승화시키는 삶의 모습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몇 년 전 그 형제의 몸 상태가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어 직장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다행이다. 그들의 사랑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든다.
유승학 신부 (인천교구 청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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