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은 그리스도를 대리해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와 교황에 대한 신자들의 일치를 다짐하는 ‘교황주일’이다.
초대 교황 사도 베드로 이후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까지 총 265대 교황이 재임했으나, 베네딕토 9세가 퇴위와 복위를 되풀이해 실제 교황직을 거친 이는 요한 바오로 2세까지 262명이다.
교황주일을 맞아 가톨릭 신자라면 꼭 알아야 할, 교회사와 세계사 안에서 위대한 업적을 세운 8명의 교황을 선정해 소개한다.
◆ 레오 1세(440~461)
제45대 교황. 위대한 행정가, 신앙의 보존자, 고대 교회의 초석을 놓았으며, 교회 역사에서 처음 ‘대 교황’으로 불렸다.
대내적으로 로마 교회의 최고 통치권 기반을 확립한 수장이었으며 대외적으로도 사실상 로마시의 수호자가 되었던, 당시 서방교회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레오 1세는 173편의 서간과 100여 편의 강론을 남겼는데, 공식 문헌적 성격을 띠고 있는 서간과 강론은 신학적 의미뿐 아니라 라틴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재위 기간 중 교황의 수위권을 확고하게 다지는 작업에 중점을 두었던 그는 ‘베드로좌’에 등극한 최초의 실세 교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 그레고리오 1세(590~604)
제64대 교황. 최초의 수도사 출신 교황이다.
신심 깊은 영성가며 탁월한 행정가, 정치가였던 그는 이론보다는 실천적이었고, 중세 교황권의 창시자로 불릴 만큼 활동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암브로시오, 예로니모, 아우구스티노와 함께 ‘서방의 위대한 네 명의 교회 학자’로 칭송받는 그레고리오 1세는 많은 저서를 남기고 교회 쇄신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으며, 전례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그가 정리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종래의 미사 전례곡과 성가를 수정해 보급한 것으로, 자연스럽고 단순하며 평음이면서도 장엄한 종교적 정서를 잘 드러내는 음악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 인노첸시오 3세(1198~1216)
제176대 교황. 중세기 가장 위대한 교황들 중 한명으로 인정받는 인노첸시오 3세는 세속 정치에 깊이 관여하며 교황권을 중세 국가와 권력의 중요 핵심으로 만든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치적은 1215년 개최한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로, 이를 통해 교회의 광범위한 조직과 제도를 쇄신했다.
교회법에 정통했던 인노첸시오 3세는 많은 법령들을 반포했으며 6000통의 서한을 보냈고 교회법 연구를 장려했다.
발트지역에 선교사를 파견, 전교에도 힘을 썼으며, 특히 성 도미니코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 순회 설교가로 활동 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렸다.
◆ 비오 9세(1846~1878)
제255대 교황. 박해상황의 조선교회를 배려하고 1857년 조선의 순교자 82명을 가경자로 선포하는 등 한국교회와도 깊은 인연을 맺은 교황이다.
비오 9세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고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이란 두 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공의회를 세계사와 교회사에 중대한 사건을 기록시킨 인물이다.
그는 격변기 사회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사상의 도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약점과 세속권의 상실로 교황권이 치욕스런 국면을 맞는 시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등을 통해 19세기 재임 교황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 레오 13세(1878~1903)
제256대 교황. 사회문제에 관한 회칙 ‘노동헌장’(Rerum Novarum)으로 유명한 레오 13세는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운동에 가장 강력한 자극을 준 교황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친 그의 재위 25년은 교황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긴 기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예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2개의 칙서를 발표했으며, 1881년에는 바티칸문서고를 열어 사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고, 1902년에는 교황청 성서위원회를 설립했다.
레오 13세의 치적은 외교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정치 외교적으로 능란한 수완을 보여준 그는 동방교회와 슬라브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했다.
◆ 요한 23세(1958~1963)
제261대 교황. 77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23세는 현대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놓은 역사적 교황으로 꼽힌다.
그는 ‘착하신 교황 요한’이란 별칭에서도 드러나듯 모든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은 교황이었다.
요한 23세는 최초로 로마에서 시노드를 열어 사목과 신앙생활에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교회법을 새로 편찬했다.
특히 교회쇄신과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를 선언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었다. 소탈한 성품의 그는 공장과 양로원, 감옥을 찾아다니며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렸고, 추기경단의 규모를 확대하기도 했다.
◆ 바오로 6세(1963~1978)
제262대 교황.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공적인 결실을 이끌어 냈으며, 동방 교회와의 토대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교황이다.
‘전례헌장’,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을 제정 반포했으며, 영성체 전 공심재, 미사 때의 모국어 사용, 전례쇄신 등을 결정했다.
그는 비행기와 헬리콥터로 사목방문을 한 최초의 교황이며,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한 첫 교황이다.
처음으로 팔레스티나 성지를 방문했으며, 아시아 지역을 찾고 UN 본부 연설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는 특히 추기경 숫자를 140여 명으로 늘려 교회의 보편성을 찾고자 했으며, 김수환 추기경의 서임도 이때 이뤄졌다.
◆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
제264대 교황. 455년 만에 탄생한 비 이탈리아계 교황인 그는 ‘냉전의 시대’에 대립과 대결 시대의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처음으로 공산국가인 모국 폴란드를 방문했고,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세기적 만남을 이뤄내기도 했다.
‘행동하는 교황’, ‘평화의 사도’로 불리는 그는 재위 25년 동안 102회에 걸쳐 131개국을 방문하는 등 해외순방을 가장 많이 실현했으며, 가장 많은 성인을 시성한 교황으로 남았다.
사회정의와 윤리를 다지는 교회 가르침을 다수 발표했고, 특히 대희년을 기점으로 지난날 교회가 저지른 과오를 사과하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 역대 교황의 생애 업적 다룬 도서들
본지가 선정한 8명의 교황 외에도 하느님 백성의 봉사자로서 인류의 평화를 증진하고 문화발전을 장려하는 등 역사 속에 각인된 위대한 교황들은 수 없이 많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해온 역대 교황들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책 몇 권을 소개한다.
‘교황의 역사’(갑인공방/292쪽/2만8000원)는 특정 교황에게만 초점을 맞춘 평전들과는 달리, 교황사와 교황 제도 전반을 총체적으로 소개한 ‘교황 백과사전’이다. 역대 교황들의 출신, 교육, 경력 등에 대한 자세한 신상명세가 실린 개인 연표, 유적 및 예술작품 등 다채로운 화보 300여 컷을 실었다.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번역한 ‘교황사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424쪽/1만8000원)은 사전의 형태로 교황사를 정리한 책. 1부는 재임 순서에 따른 역대 교황을, 2부는 교황사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역대 교황의 이력 서술에 머물지 않고 그 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조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황님, 교황님 우리들의 교황님’(영림카디널/240쪽/1만2000원)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교황의 전기.
‘교황의 역사-도시에서 세계로’(시공사/190쪽/7000원)는 ‘교황제도의 변천’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안녕하세요 교황님’(바다출판사/280쪽/8000원)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어릴 적 일화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교황의 생애 속 뒷이야기들을 실은 책이다. 부록으로 교황의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 기쁨으로의 초대’(기린원/224쪽/2만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상과 활동상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화보집이며, 이해인 수녀가 옮긴 ‘우리는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황금가지/231쪽/8500원)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청소년들에게 전한 말씀들을 추려 엮은 책이다.
이밖에도 ‘가톨릭교회의 역대교황’(가톨릭출판사/160쪽/5000원)과 ‘교황사’(가톨릭출판사/368쪽/7000원)는 초대 교황 베드로부터 요한 바오로 2세에 이르기까지 역대 교황의 연대기와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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