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뭉쳐 농업 살린다
타 농촌과 마찬가지 고령화 문제 심각
로컬푸드 네트워크, 직판 매장 등 구축
농가 이윤, 도농 상생의 길 동시에 잡아
1977년 설립되어 원주와 강원도 일대 농촌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회장 이범수, 지도 김승오 신부)가 3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인 농민회가 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유치한 원주는 강원도에서는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다. 2010년에는 서울과 연결된 지하철 노선이 원주 시내로 들어오게 되면서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원주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의 모태를 마련하면서 가톨릭농민회의 발걸음도 분주하기만 하다. 그 첫 번째로 농민회는 고령화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조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농민회에는 교구 내 8개 분회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의 고령화로 인해 실질적인 활동회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
이에 기존에 실행해 온 교육들을 3월, 8월, 12월로 상설화하여 귀농자와 젊은 농민에게 가톨릭농민회 정신과 우리농 운동. 친환경, 생명농업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신입 회원 유치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농민회는 상설교육을 통해 조직을 정비, 강화하는 한편 12개의 농촌단체가 소속된 ‘원주지역 협동조합 협의회’에 가입해 지역농촌단체와의 지속적인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농민회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로컬푸드(local foo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원주시청과 지역 대학교 급식에 원주교구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완공된 이후에는 학교급식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산물 지원센터를 건립해 공동매장과 농민장터를 마련하며 농촌의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극복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분회(分會)활동 강화와 물류센터 기반 설립을 30주년 발전 계획안으로 마련한다.
특히 원주, 횡성부터 강릉, 동해, 삼척, 태백, 충북 제천까지 관할하고 있는 교구의 지리적 특성상 농민회 역시 광활한 지역으로 분포되어 있는 분회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회가 사라진 지역도 많을 뿐 아니라 활동이 체계적이지 못해 유명무실한 곳들도 많다. 때문에 농민회는 올해 사라진 분회를 복원하기 위해 지역을 방문,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면서 분회활동을 강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실행을 앞두고 있는 농민회는 소비자 교육을 늘리며 소비활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농민회 농산물을 판매하는 ‘하늘 땅 물 벗’매장과 물류센터, 저온저장고를 확대하며 직접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민회는 ‘원주가농 미래구상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이러한 계획들을 실천하고 10월 중에는 기념식과 각종 전시회 및 원주 가농 30년사 발간 등 행사들을 마련한다.
30주년을 향한 농민회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새로운 캠페인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 반대운동인 ‘GMO free zone(유전자 조작 식품 자유지역)’이 그것.
지난해 6월 2일을 ‘유기농 DAY’로 지정한 농민회는 같은 날 대안리분회에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GMO free zone 선포식을 열었다. 이어 올 5월 21일 백옥포 분회에서도 선포식을 가진 농민회는 이 캠페인을 원주교구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이범수(루카) 회장은 “교구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으며,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유치로 농민회 활동전망이 밝다”면서 “30년을 맞아서 더욱 활발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농민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촌체험에 앞장서는 대안리 분회
“도농 교류로 농촌 활기 되찾아”
13가구로 이뤄져 있는 대안리 분회(회장 도용범)는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위치하고 있다. 분회에는 농작물을 자식처럼 돌보며 기르는 농사꾼들이 모여 우리농쌀을 주요 생산물로 내놓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대안벼’와 ‘설향찰벼’로 향기가 강하고 구수한 향을 가지고 있다.
약 10여 년 전부터 농민회원을 중심으로 생명농업을 실천하기 시작한 분회는 전 농가가 무농약으로 농업을 하며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고 있다.
분회에서는 매년 오리와 우렁이 넣기, 손모내기, 고구마 캐기 등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시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서울 화곡본당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도시 소비지와의 다양한 연계활동도 펼치고 있다.
마을에는 단체 회의 공간과 가족단위로 머물 수 있는 ‘농촌 체험관’을 마련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방문하는 등 도농교류의 활발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대안리 분회도 역시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용범(야고보) 분회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도시 소비자들과 연계됨에 따라 분회에도 활기를 더 한다”면서도 “하지만 농민들 대부분이 50~60대로 앞으로의 분회를 이끌어 갈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생명 농산물 판촉로 ‘하늘 땅 물 벗’
원주교구 가톨릭 농민회는 지난해 9월 원주시 단계동에 ‘하늘 땅 물 벗’매장을 개장했다. 그동안 생산지로서 서울과 같은 소비지에 농산물을 제공해왔던 것과는 달리 △도농을 잇는 직거래 △유통마진 최소화 △안전하고 책임 있는 농산물 제공을 위해 농민회가 나선 것.
원주시내에서는 유일한 가톨릭농민회 친환경 제품 전문 매장이지만 이미 한 살림, 원주 생활협동조합, 초록마을 등 다양한 유기농 단체의 매장이 들어서있어 어려움도 많다.
매장에서는 원주교구 각 분회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판매된다. 홍보부족으로 지금까지는 수도자와 신자들만이 방문하고 있으나 ‘웰빙’과 ‘로하스’의 유행으로 점차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있다.
농민회는 매장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전문 실무자 고용, 소비자 회원제 운영 등 다채로운 운영방안을 준비하며 매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가톨릭농민회가 지역기반 활동이 작았다”면서 “하늘 땅 물 벗 매장을 통해서 앞으로는 원주지역 내 유기농 농산물로 대표되는 단체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033-744-2341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033-762-9825 대안리 분회
사진설명
▶원주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GMO free zone에 장승을 세우고 있다.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는 지난 5월 21일 백옥포 분회에서 국내 최초로 ‘GMO free zone’을 선포했다.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가 지난해 개장한 ‘하늘 땅 물 벗’매장은 생명을 살리는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활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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