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물적 어려움 극복하고 복지활동 통해 교회위상 높여
한단교구 사회사목센터 중심으로 농촌개발 박차
랴오닝교구 에이즈 감염 예방 위한 교육·검사 실시
중국은 재건축 중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거대한 공사판이 중국 사회의 속을 드러내며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이란 이름의 기관차는 지칠 줄 모르는 폭주를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 2003년부터 매년 10%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세를 질주하고 있는 중국에서 과연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서 있는가.
허베이 성 한단(邯鄲)교구
한단교구는 다시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거듭된 불임과 사산으로 점철된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산을 준비하는 어머니는 그러나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깡마른 모양새였다. 1979년 종교의 자유가 회복된 이후 근근이 기력을 되찾은 어머니가 일어나 처음 손을 내민 곳은 먼저 가난한 아이들을 거두기 위한 사회복지 분야였다.
한국의 사회사목 활동가들이 찾은 6월 14일, 한단교구 다종(大衆)병원도 공사 중이었다. 병원 현관 맞은편 벽에 붙은 ‘환자를 그리스도처럼’이란 구호가 병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1994년 교회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정부의 인가를 받고 무료병원으로 문을 연 다종병원은 새로운 도전에 부딪히고 있었다. 근래 들어 유료 병원들이 하나둘 생겨나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한정된 교회의 자원만으로는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본주의화의 물결을 타면서 가장 먼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의료와 교육 시스템이어서 유료병원을 이용할 여력이 없는 가난한 이들 수가 늘어 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빼어든 카드가 병원 증축이다. 하지만 교구의 힘만으로 뛰어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다. 공사가 중단된 병원 모습이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사회 그늘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지난해 1월 6일 설립된 교구 사회사목센터를 중심으로 한단교구가 힘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분야가 농촌 개발이다. 교구 내 30개 군 단위마다 본당이 한 곳 정도여서 교구 사제 100여 명이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녀도 관할지역을 아우르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나마 양성된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해 교회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한단교구 총대리 주시러(朱喜來) 신부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평신도교육센터가 들어설 옛 학교터다. 성령의 위로 수녀회가 운영해오다 1957년 강제로 국유화된 후 반세기만인 지난 2005년에야 다시 되찾은 학교터는 이미 학교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되어 있었다. 15만위안(한화 약1950만원)이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넘쳐나던 소학교를 다시 열고, 2만유로(한화 약 2500만원)가 있으면 꿈에 그리던 교육센터를 건립할 수 있다지만 그날이 언제가 될 지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우선 급한 대로 성당 옆 15개 교실을 수리해 수녀양성소로 쓰기로 하고 공사 중이다.
주신부는 “그간 숨죽여 오던 신앙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자 양성이 절실하다”며 “지난 1980년 교구가 재건된 이후 평신도들이 보여준 지대한 역할을 다시 살려나가는 것이 새로운 복음화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사회복지 활동과 교육사업을 통해 교회와 사회, 교회와 정부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관할지역 800만 인구 가운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한단교구는 그 결실로 매년 1000명이 넘는 새 영세자를 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새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중국 교회의 실존을 들여다보게 했다.
랴오닝 성 랴오닝교구
지린성을 비롯한 중국의 최동북쪽에 위치한 동북3성 가운데 가장 많은 신자(2006년 현재 약 13만명)가 있는 랴오닝교구(교구장 진페이셴 주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신자들의 발걸음이 가장 빈번해진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4년 4월 설립된 랴오닝교구 사회복지센터(주임 장커샹 신부)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국 교회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동북3성 전체 GDP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심각한 빈부격차로 갖가지 사회 문제를 앓고 있는 지역이어서 랴오닝교구의 사회사목도 사회복지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복지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만 해도 5개의 양로원을 비롯해 5곳의 진료소와 1개의 장애인복지사업시설 등으로 적잖은 규모다. 하지만 관할지역 내 4700만 인구에 비하면 모래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에이즈 문제도 센터가 관심을 기울이는 활동 가운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가난한 마을을 중심으로 소외된 이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에이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감염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 활동은 물론 무료 검사와 상담, 아울러 감염자 정기 모임, 가정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나아가 농촌지역 개발을 위한 사목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도 오랫동안 벌어져 있던 교회와 사회의 틈을 메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교구 관할지역 내 농촌에서는 ‘허조교(協助橋)’라고 이름 붙여진 다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 돈만 주는 게 아니라 교회 관계자들이 몸소 교량 건설 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사회복지센터 장펑(메이)씨는 “신자 대학생들이 농촌에 가서 봉사 활동을 펼친 후 많은 변화를 보이는 농촌 공동체의 모습에서 확연히 달라진 교회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며 “사회복지 활동이 가톨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많은 일을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인적 자원도 물적 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센터의 주된 일 가운데 하나가 미국 가톨릭구제회(Catholic Relief Services)나 독일의 ‘미제레올(MISEREOR) 등 해외 원조기관을 통해 복음화의 밑거름을 만드는 일이다.
중국교회 탐방에 함께 한 이대원(라파엘.인천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씨는 “중국 교회의 다양한 면모를 보며 교회와 농촌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교환 프로그램 공동개최 ‘국제 가톨릭 지식인 문화운동(ICMICA)’
지식인 연합체…교황청 옵서버로 활동
이크미카(ICMICA)로 더 많이 알려진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PAX ROMANA ICMICA)은 지난 1947년 창립돼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연합기구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의 연합체로 구성돼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이크미카는 4년마다 총회를 열어 주요한 이슈에 대한 결정을 해오고 있다.
36개 국제 가톨릭 조직들로 구성된 국제가톨릭기구(ICO)의 일원으로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이크미카는 교황청 국무원을 비롯, 평신도평의회 종교간대화평의회 문화평의회 등 교황청 조직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엔과 유네스코에 대한 교황청의 영구 옵서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9개의 국제가톨릭운동, 15개의 가톨릭 개발기관들의 국제네트워크인 ‘개발과 연대를 위한 국제 협력(CIDSE)’ 등과도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으며, 국제 카리타스와도 협력관계를 이어오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의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1949년부터 국제연합에 등록된 NGO로서 유네스코뿐 아니라 인권이사회, 유럽이사회 등에 공식대표를 파견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크미카는 현재 아프리카(나이로비) 지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방콕), 유럽(프랑스),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페루 리마), 북미(미국 마이애미) 등 5개 지역별로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5명의 부의장을 두고 있다.
또한 ▲과학 문제 ▲법학자 ▲가톨릭 공학자·농학자·산업공무원 ▲중등학교 교사 ▲예술인 등 5개 분야의 국제사무국을 둬 전문가들간의 역량을 제고하고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부의 집중, 빈곤의 세계화 등에 반대하며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에도 초창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비정부기구 회의의 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크미카의 모습은 가난한 이들을 먼저 찾아 다가가신 그리스도의 손길을 연상케 한다.
사진설명
▶랴오닝교구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신자들의 발걸음이 가장 빈번해진 곳 가운데 하나다. 랴오닝교구 한인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모습.
▶한단교구 다종병원은 1994년 교회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정부의 인가를 받고 무료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유료병원을 이용할 여력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증축해야할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단교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어 증축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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