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십자가 지고 주님의 길 따릅니다
올해도 절반이 저물었습니다. 세상살이는 여전히 녹록치 않지요. 기쁜일도 많은데 웬일인지 걱정거리는 더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아차,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내 곁에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종종 잊었군요. 세상살이에 지쳐 위로가 필요할 때, 하느님과 조용히 대화 나누고 싶을 때, 가족과 함께 시원한 바람 한결 쏘이고 싶을 때…. 강화도 산기슭에 자리잡은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찾아보시겠어요? 이곳은 매일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갈 수 있는 힘을 충전할 수 있는 기도의 장소입니다.
인천교구는 지난 2002년 강화도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 위쪽 동산에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조성하고 한국의 순교자들, 특히 무명 순교자들에게 봉헌했습니다. 6월 26일에는 교구장 최기산 주교 주례로 현양동산 내 ‘주님 위로의 동산’과 ‘순교자의 십자가의 길’ 축복식도 가졌습니다.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주차장에 내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주님 위로의 동산’. 이곳에는 들어서자마자 마음 한켠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넓은 소매자락 펼치고 안을듯이 다가오는 예수성심상과 눈을 마주한다면요. 친근하고 부드러운 미소의 예수님 모습이 독특합니다. 동산을 오르는 길은 낙엽송과 전나무, 잣나무 등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마음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으면 좋겠지요. 넓은 현양동산 곳곳에는 순교자 현양당과 성모당, 묵주연못에 개인 성체조배실과 쉼터도 있습니다.
특히 현양동산에서 꼭 거쳐야 할 곳, 바로 ‘순교자의 십자가의 길’입니다.
여느 십자가의 길과 무엇이 다르냐고요? 이 길은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각 처에서는 한국교회 역사적인 사건들을 만날 수 있지요. 황사영 백서 사건, 조선대목구 설정과 파리외방선교사들의 활동, 103위 순교성인을 모신 한국천주교회의 영광…. 잠시의 묵상과 주모경…. 기도서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의 삶과 한국교회사의 발자취를 요약한 친절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그저 잠시 멈춰서서 읽어보시겠어요?
십자가를 바라보며 묵상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15가지 다양한 형태의 창작 십자가는 국내 유일의 종교미술학부인 인천가대 종교미술학부 교수와 졸업생들의 솜씨랍니다.
“우리나라 순교자는 몇분이신가요?”
갖가지 답이 나옵니다. 가장 흔한 답은 “103명이요”입니다.
한국교회 순교자는 적게는 1만여 명, 많게는 3만여 명이 계십니다. 이름자라도 알고 있는 순교자는 1000여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분들을 ‘무명 순교자’라고 부릅니다.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신앙의 증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른척 할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일으킨 신앙의 모범으로 우리교회가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아, 박해는 아주 옛날의 일일 뿐이라고요? 그분들의 고통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이들의 고통은 세상이 주는 안락함을 거부하고, 참 진리를 선택하였기에 주어진 것입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당연히 피하고 싶지만 거절해선 안됩니다. 그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잊지말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성실히 지고 갈 수 있는 힘은 주님께서 주신다는 것을요.
※문의 032-932-6318, www.kmartyrs.or.kr
기사입력일 : 20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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