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와서 얻은 건 병 뿐이라오”
하루 20시간씩 1년간 식당 허드렛일 했지만
사업주 부도내고 행적 감춰…고향 갈길 막막
“빈손으로는 고향에 못 돌아갑니다. 이대로는 못가요. 너무 분해서 대통령께 편지도 써봤고 매일 하얗게 밤을 지새웁니다. 그 시간이 벌써 10년이라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청와대 앞을 찾은 지도 올해로 꼭 10년째다. 조선족 허병숙(77 예비신자) 할머니의 사연이다.
허할머니는 94년 중국 연길을 떠나 한국을 찾았다. 할머니가 일하게 된 곳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정식 식당. 그곳에서 95년부터 96년까지 식당 설거지와 허드렛일을 했다. 하루에 17~20시간씩 계속되는 중노동과 사업주의 욕설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돌아갈 때 받기로 한 1050만원이 있어 할머니는 행복했다.
사업주는 할머니에게 “한국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이라 월급을 주지만 할머니는 중국에 돌아갈 때 목돈으로 이자까지 쳐서 받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했고 11개월 동안 임금을 주지 않았다.
96년. 임금체불을 보다 못한 할머니는 사업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할머니와 사업주에게 출두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사업주는 출두하지 않았고 구속, 1개월 후 풀려났다.
할머니는 97~98년 동안 다른 곳에서 일하며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주의 식당이 부도가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충격으로 할머니는 뇌출혈이 왔고 오른쪽 반신이 마비됐다. 오랜 세월 고생한 끝에 얻은 것은 방광염, 치질, 당뇨뿐이다.
중국으로 돌아가 억울한 사정을 인근 주민들에게 이야기해 100명의 친구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할머니는 2002년 다시 한국을 찾아 사업주의 행적을 쫓았다. 하지만 사업주는 주민등록을 말소해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
사업주가 써준 각서를 근거로 남부법원에 소장을 접수했고 2003년 4월 ‘사업주는 할머니에게 10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문을 받아냈다.
그 후 할머니는 사업주의 주소지를 파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형사시효도 지나 이제는 민사소송만 남은 상황. 할머니는 남은 희망의 끈을 잡고 청와대 앞을 찾아 1인 시위 중이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의 ‘한 맺힌 내 돈 찾기’는 두 번째 문제다.
할머니의 건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 작은 보폭으로 발을 끌며 청와대를 찾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변비약 없이는 변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죄송하지만 이 늙은이 좀 도와주세요. 내가 이대로 돌아가면 우리 며느리가 날 곱다 하겠는가. 차라리 조국에 파묻히면 나는 좋다하는 마음으로 이러고 있어요.”
※도움주실분
우리은행 702-04-107874
농협 703-01-360450
예금주 :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7-07-08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