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역사와 문화 배인 ‘종합예술품’
넓은 세상에 대한 꿈은 낯선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 가장 볼거리가 많다는 곳이라고 찾아간다.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서도 여정을 재촉한다. 그저 골목골목 마주치는 우연한 풍경이 궁금해 그 안에서 웃음짓는 사람이 그리워 배낭을 짊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발길 닿은 곳은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고, 주민 3명 중 1명은 예술가인 작은 마을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여행객들은 여느 마을에서든 ‘성당’을 만났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낼 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해외여행자수는 1160만명을 훌쩍 뛰어 넘어섰고, 매달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해외여행 일정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성당 몇군데쯤은 들르게 되어 있다. 유럽대도시의 경우 성당들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여행일정인 경우가 많다. 굳이 성지순례가 아니어도 말이다.
이런 성당들은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일 수도, 너무 많이 있어 다소 감동이 떨어지는 그저 그런 여행지일 수 있다.
그러나 성당을 포함한 각 종교의 전례공간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배어있는 의미깊은 곳이다.
올여름 해외여행에서는 마을 어귀에서마다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성당들의 숨결에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외양 뿐 아니라 각각에 스민 역사적 의미와 지역성, 특징들을 알고 보면 즐거움은 두배가 된다.
예의갖추고 들어가야
‘성당’. 유서깊은 고도(古都)이든, 콘크리트 건물 가득한 신도심이든 성당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마주치는 모든 성당을 로마 가톨릭성당이라고 착각하진 말아야할 것.
‘성당’으로 불리는 교회만 꼽아도 로마 가톨릭 뿐 아니라 성공회와 러시아·그리스정교회 등 다양하다. 또 비잔틴 양식의 돔이 특징인 정교회 성당 외에는 겉모습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성당이든 우선 전례공간으로서의 거룩하고 엄숙함을 지켜야할 곳이다. 기독교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관습적으로 성당에서의 예의에 민감한 나라들이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성당에 들어갈 때는 남자는 모자를 벗고, 여자는 스카프 등으로 드러난 곳을 가린다.
가톨릭 뿐 아니라 성공회성당과 정교회성당에도 감실이 있으니,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인사한다. 성당마다 각자 지향으로 초를 봉헌, 기도하는 예절도 비슷하니 참여해도 좋다.
당연히 성당 내에서는 최대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예의이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는 성당들에서도, 너무 큰 소리로 감탄사를 쏟아내거나 떠들어대면 즉각 주의를 준다. 사진촬영 금지도 엄수하자. 요즘엔 너나할 것 없이 개인블로그와 홈페이지용 사진을 욕심내는 경우가 많은데, 플래쉬 불빛에 문화예술품이 손상되는 것을 막고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할 예의이다.
특히 미사 도중에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순례객들만을 위한 미사를 따로 봉헌하는 곳도 있으니, 본당 안내문을 잘 이용하자. 아울러 전례를 위해 비치된 성가책이나 기도서 등을 들고 나오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큰 실례가 됨을 명심하자.
역사·문화적 가치 되새겨
대부분 서유럽 지역에서 만나는 성당은 가톨릭성당이다. 북유럽에는 개신교성당, 동유럽과 유러시아쪽은 동방정교회 성당이 단연 많다.
현대 대도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성당들이 공존한다. 만약 관광안내 책자에 나와 있지 않은 성당 등을 찾게 되면 우선 입구에 비치된 리플릿 등을 꼭 챙겨보자. 외국에서는 작은 마을의 성당에서도 기본적인 안내문을 비치해둔 경우가 많다.
성당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전례적인 특징 외에도 건축과 조각, 성화, 음악까지 각 분야가 총망라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관심가질 분야는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외국에서는 성당 이름 뿐 아니라 마주치는 곳곳의 거리이름도 성인 등의 이름을 딴 경우가 많은데 각 성인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이름이 쓰이게 됐는지 알아가는 즐거움도 빼놓지 말자. 삶이 종교이고, 종교가 삶인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큰 ‘소통’이다.
유명 성당들의 경우는 온통 문화예술품으로 꾸며져 소위 ‘관람’을 위해 입장료를 받는다. 또 최근에는 특정 성당을 박물관 등으로 탈바꿈하거나, 연주회나 연극 등의 공연문화공간으로 개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성당 공연 일정 뿐 아니라 지역축제 일정 등도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알아가면 도움이 된다.
기념사진을 위한 팁(Tip). 전문가들은 사진촬영에 썩 자신이 없는 여행객들의 경우 각 관광지나 유명성당에서 판매하는 엽서 내용에 맞춰 구도를 잡으면 대부분 멋진 기념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때는 한 낯선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될 지도 모른다. 타종교의 전례 참례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다. 또 신자가 아니어도 전례에 참여해보면 각각의 종교색채를 느낄 뿐 아니라 그 도시 혹은 마을을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성당은 하느님을 향한 최고 찬미의 결실이라고 일컬어진다.
신앙의 열정은 같아도 표현방법이 다른 성당 모습을 접하며, ‘여행이란?’ 다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에 보다 깊이있는 답을 채워넣길 기대해본다.
사진설명
▶여행객들이 바티칸 박물관 앞뜰을 거닐고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종교와 관계없이 연간 30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정교회 성당에서 여행객이 기도지향과 초를 봉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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