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신학적 대화 위한 신호탄”
이전 문헌과 비교 새로운 내용 없어…“교회일치 운동에 새 비전 제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몇 가지 물음들에 대한 답변”은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5가지 물음과 답변
문서는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회 헌장 제8항의 “교회는 이 세상에 설립되고 조직된 사회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와 그와 친교를 이루는 주교들이 다스리고 있는 가톨릭 교회 안에 존재한다”라는 부분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라는 부분을 중심으로 5가지의 물음에 답변을 준다.
첫 물음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이전 교리를 바꾸었는가?”이다. 이에 대해 문서는 공의회는 이전의 교리를 바꾸지 않았고 바꿀 생각도 없었으며 오히려 이를 발전, 심화시키고, 더욱 완전하게 설명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물음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가톨릭 교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변함없는 역사적 지속성과 가톨릭 교회 안에 그리스도께서 세워 놓으신 모든 요소가 항구함을 의미한다.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발견된다.
세 번째 물음은 ‘이다’(est) 대신에 ‘안에 존재한다’(subsistit in)라는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한 것이다. 문서는 이것이 가톨릭교회가 더 이상 자신을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들 안에도 참 교회의 요소를 발견하려는 열린 자세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
네 번째 물음은 동방교회를 ‘교회들’이라고 부른 이유는 그들이 비록 로마 주교인 베드로의 후계자를 가시적 수장으로 삼는 가톨릭 교회와 일치하지 않았지만 사도 계승과 유효한 성사 거행으로써 개별 교회들, 혹은 지역교회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물음은 종교개혁으로 생겨난 개신교에‘공동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이유는 이들이 사도 계승도, 유효한 성사 거행도 간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라고 불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논란의 이유와 반응들
이 문서에 대한 반발은 이미 지난 2000년 ‘주님이신 예수님’이 발표될 당시 일부 다른 그리스도교계에서 보인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으로 이번 문서는 ‘주님이신 예수님’의 내용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물음과 답변에서 명확하게 표현돼 있는, 가톨릭 교회의 유일성과 독특성에 대한 설명은 동방교회와 특히 개신교계의 상당히 강한 반발을 야기했고 교회 일치 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사실 조금이라도 문서를 열린 자세로 해석하면, 오히려 이것이 일치의 새로운 단계와 차원을 여는, 매우 적극적인 일치 대화의 촉구임을 알 수 있다.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 문서는 개신교 공동체들이 교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교회론에 근거해볼 때 교회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카스퍼 추기경에 따르면 이 문서는 일치를 위한 대화의 과정을 더욱 명료하게 해준다.
동방교회측의 반응도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동방교회의 빈 주교이며 러시아 정교회의 유럽 지역 대표인 힐라리온 알페브 주교는 “이전의 문헌들과 비교해 전해 새로운 것이 없다”며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알페브 주교는 “비록 로마 교회와 분리돼 있지만 동방교회는 성사와 사도적 계승”을 통해 서방교회와 일치해 있다는 문서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방교회는 사도 계승과 성사 거행이 보존되지 않는 교회 ‘공동체’들에 대한 신앙교리성 문서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솔직한 신학적 대화의 본격화
동방교회의 스몰렌스크와 칼리닌그라드 키릴 주교는 모스크바에서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문서는 일치를 이루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로써 더욱 솔직한 신학적 대화가 시작될 것이며,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교회는 일치를 모색해왔지만 사실 교리에 대한 논쟁은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학적 대화 역시 꾸준하게 이어졌지만 그 폭과 깊이 역시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교황청의 이번 문서는 초기의 편견과 오해를 극복한다면, 궁극적으로 교회의 일치운동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의 지적대로 이 문서의 본래 의미는 “그리스도교 일치를 양보나 타협으로 되는 피상적 화합이 아니라 교회에 대한 핵심적 교리 내용도 포함시키자는 적극적인 의지”로 파악할 만하다.
대화는 자기 정체성의 확고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상대주의를 현대 교회의 가장 큰 도전으로 여기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확신과 사목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