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모두 드립니다”
서울 공덕동본당에도 1억
“그저 사람을 살리는 일에 가치 있게 쓰였으면 할 뿐입니다.”
올 2월 학업의 꿈을 접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5억원을 맡겨왔던 김연애(요안나.83.서울 공덕동본당) 할머니가 다시 2억원을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역만리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놓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할머니는 최근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잠비아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수녀들이 간호학교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또다시 주머니를 열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본당 발전을 위해서도 1억원을 내놓은 김할머니는 오히려 너무 늦은 게 아니냐며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별일도 아닌 일이 알려지게 돼 부끄러울 따름이라는 할머니의 삶은 그러나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어서 선택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해방과 함께 고향인 개성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6.25 전쟁 통에 가족을 잃고 홀몸이 된 할머니는 식당일로 잔뼈가 굵었다. 새벽시장을 다니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될 정도로 남다른 생활력으로 삶을 개척해온 할머니는 자신의 부지런함을 밑천으로 큰 한식집을 열어 자수성가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해온 할머니는 그런 가운데서도 “돕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떻게든 도와야 마음이 편해진다”며 속 깊은 사랑을 보여 왔다. 이번에 잠비아를 후원하게 된 것도 지난 2005년 말라리아로 현지에서 선교사로서의 짧은 생을 마감한 김규옥 수녀에 대한 본지의 보도가 계기가 됐다. “당신이 주신 거 당신께로 되돌려드린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저를 당신의 조그만 도구로나마 쓰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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