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봉사 통해 주님은총 체험"
“돌아보면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던 축복받은 시간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사회복지법인 ‘평안의집’ 이은경(체칠리아.68.서울 방배동본당) 원장은 은총, 축복, 감사라는 말 속에 젖어사는 사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세 자녀를 키우면서도 법인 산하에 다사랑무료요양원을 필두로 전문요양원과 실비요양원 등 적잖은 규모의 복지시설을 일궈 오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주님의 이끄심을 느낄 수밖에요.”
이원장의 이런 말 속에는 군데군데 아린 살을 드러내는 녹록치만은 않았던 삶이 배여 있다. 31살되던 해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5년 후에는 막내딸마저도 떠나는 슬픔이 닥쳤다.
‘죽은 가족들을 하늘나라에서 만나기 위해서라도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 1978년 친정어머니 임소희(마르티나)씨와 서울 용산의 행려인시설인 ‘베들레헴의 집’을 찾아 봉사에 나선 게 길고도 긴 나눔의 첫걸음이었다.
어머니 임씨는 이듬해 아예 경기도 양평 용문산 인근에 토지를 매입하고 잠사를 개조해 결핵환자 요양원 ‘희망의 집’을 지어 본격적인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어머니는 운영해오던 시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1983년 서울대교구에 넘겨 오늘까지 결핵환자들의 안식처가 되게 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향해 지펴진 마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해 경기도 이천, 지금의 다사랑요양원 자리에 임야 4000여 평과 초가집을 사들여 다시 무의탁 노인을 모시기 시작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원장은 어머니의 길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원장이 꾸르실료 임원으로 봉사활동에 빠져있던 1992년 어머니마저 홀연히 곁을 떠나자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졌다. 이때부터 슬픔과 역경마저도 기회로 일궈내는 이원장만이 지닌 재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유업이라는 생각보다 어머니께 못 다한 사랑을 쏟는다는 생각으로 십자가를 짊어지기로 했지요.”
이후를 돌아보면 한 해도 시설을 넓히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2003년에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참사랑무료전문요양원이, 2004년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효사랑실비요양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설마다 50명 안팎의 노인을 모시고 있지만 언뜻 둘러봐도 단번에 예사롭지 않은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잘 갖춰진 의무실과 물리치료실은 물론이고 빠지지 않는 경당도 이원장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게 한다.
놀이치료 프로그램을 비롯해 작업·미술·인지·음악 치료 프로그램 등 갖가지 프로그램과 종사자 교육에 쏟는 남다른 정성도 ‘평안의집’에 대한 평가가 괜한 것이 아님을 돌아보게 한다. 노인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는 매년 음악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내에서는 물론 멀리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원장은 자신을 불러주신 주님께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제가 받은 가장 큰 은총은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것입니다.”
‘새벽엔 기도와 묵상을, 낮에는 충성과 인내를, 밤에는 반성과 회개를’ 자신의 어머니가 손수 써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고 봤다는 신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뇐다는 이원장. 그는 주님의 도구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이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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