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일 가정방문…대화로 마음 터
아이들 고충 희망 듣고 거리감 해소
가족 성향 파악해 본당 활동도 권유
“사목의 안정성·연속성 확보에 도움”
주일 오전, 방문을 열고 나오던 김영주(아녜스·중3)양은 한순간 뜨끔했다. 오늘이 신부님의 가정방문이 있는 날이란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본당 부주임 김민호 신부가 벌써 부모님과 이러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자신을 부르는 손짓에 이끌려 엉거주춤 대화의 자리에 끼어 앉은 김양은 이내 어른들의 대화에 빠져들어 간다.
영주, 도형(로베르토·중1) 두 남매의 성격에서부터 학교생활에 성적, 장래희망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지 않는 주제가 없다. 자신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아버지 김교태(라우렌시오)씨 앞에서는 낯이 붉어지기도 한다. ‘아빠가 저런 면도 있으셨나?’싶다.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주임 이동섭 신부)이 지난 4월부터 매주일 이어오고 있는 ‘찾아가는 청소년사목’ 현장. 주일 오전 9시 청소년미사를 마치고 나면 본당 부주임 김민호 신부는 으레 그날 방문해야 될 본당 청소년들의 ‘신앙생활기록부’부터 챙겨든다. 학생의 가족사항과 주소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담긴 기록부는 이날 방문 후 본당의 보물로 거듭나게 된다.
가정방문이 처음 이뤄질 때만 하더라도 본당 신부의 방문에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던 신자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신부도 처음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한 주 한 주 시간을 더해가며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방문을 통해 그저 미사 시간에 잠시 얼굴만 보고 지나치던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자 새로운 눈이 틔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과 한층 가까워진 모습도 가정방문의 결실이다. 가정방문 때 못 다한 얘기는 언제 어디서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대화의 장으로 이어진다. 이 통에 김신부는 수다꾼이 다 됐다. 아이들을 하나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선 무슨 말이든 먼저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시문(시몬·중3)군 집을 방문했을 때는 한순간 속이 뜨끔해지기도 했다.
주일학교가 재미없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아이들의 순진함 앞에서는 비밀리에 추진해 온 밴드 구성 등 동아리 설립 계획까지 털어 놓아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기억을 심어주고 삶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가정방문은 신자들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도 톡톡히 하며 일석이조의 결실을 낳고 있다. 방문을 통해 파악된 신자들의 성향과 취미 등을 바탕으로 성가대나 레지오, 교사 등 다양한 활동을 권하면서 공동체의 결속력도 한층 다져지는 모습이다.
가정방문에 함께하고 있는 주일학교 교감 이수경(안젤라·26)씨는 “성당과 집에서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알게 돼 주일학교 운영 등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방문을 통해 얻어진 체험들은 본당 사목에도 반영돼 청소년사목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물론 노인, 가정사목 등 다양한 영역에 활력소를 제공해주는 역할도 한다.
김민호 신부는 “찾아가는 사목은 먼저 다가가 보다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함께하는 사목, 통합적인 사목이 된다”면서 “가정방문과 생활기록부를 통해 사목의 안정성과 연속성 확보가 가능해 다양한 사목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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