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인 인권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국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도와 온 한국 가톨릭 에이즈협의회(회장 김종일 신부)가 최근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법인화를 추진하는 등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레드리본은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지난 6월 20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회에서 전국복지단체로 인준 받은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함께 ‘에이즈 제대로 압시다!’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인식을 고치는 홍보 활동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은 아울러 감염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권보호와 상담활동은 물론 자활교육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또 최근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관련기구와의 네트워크를 결성해 정보 교류 및 연대활동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최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지원을 받아 명동 가톨릭회관에 사무실도 마련했다.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은 서울, 광주, 대구, 인천 등지에 쉼터 7곳과 재활센터, 호스피스 병동 등을 운영하며 지난 1995년부터 오갈 데 없는 국내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숙식을 제공해 왔다. 특히 말기 환자들이 모여 있는 쉼터에서는 마지막까지 고통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수도자와 봉사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에이즈 감염자는 공식적으로 4500여 명. 그러나 실제로는 1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한해에만 신규로 751명이 발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한해 에이즈 감염자가 500만 명이 넘게 발견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 차별과 억압은 여전하다. 손을 잡기만 해도 병이 옮겨진다는 잘못된 상식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는 치료와 관리만 잘하면 수십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병이다. 또 함께 대화하고 밥을 먹는 등의 일상생활에서가 아니라 감염인의 혈액과 정액, 질 분비액, 모유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인들을 위한 시설은 총 8곳. 그 중 구세군이 운영하는 1곳 외는 모두 가톨릭교회 성직자, 수도자들의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는 70% 이상 가톨릭교회가 운영하고 있다.
※후원 및 문의 02-727-2438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 회장 김종일 신부 미니 인터뷰
“에이즈에 대한 무지함과 편협한 의식이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에이즈는 한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더 이상 생명 훼손이 없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국 가톨릭 레드리본 회장 김종일 신부는 “어떤 이유로든 에이즈 감염인들에 대한 잘못된 고정 관념이나 편견, 거부, 비난, 따돌림 등을 버려야 한다”며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연민의 마음을 갖고 감염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따뜻하게 보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말씀의 선교 수도회 소속인 김종일 신부는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에이즈감염인과 노숙자, 알코올과 마약중독자들 위한 사목을 펼친 경험이 있다. 한국 현장에서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발로 뛴 것은 지난 2005년부터. 김신부는 현재 쉼터 하나를 맡아 에이즈 환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쉼터를 운영하며 김신부가 가장 힘든 부분은 일반인들의 무지와 편견.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이즈 환자들을 보면 문란한 성생활의 대가를 받는다며 손가락질부터 하기 마련”이라며 “환자들도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이나 친구 모두 떠나 고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 레드리본이 법인화가 되면 감염인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은 물론 에이즈 예방 및 홍보, 퇴치에 관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가족 안에서 사랑으로 병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10년쯤 뒤에는 환자들이 없어져 우리 쉼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위한 공간이 꼭 필요합니다. 가톨릭레드리본이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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