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와 영상물
들과 산으로, 계곡과 바다로 떠나는 피서의 계절이다. 하지만 때로는 쉬러 가는 피서길이 도리어 피로와 고단함이 쌓이는 고역의 길이 되기도 한다. 굳이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서늘한 선풍기 하나 돌려두고 재미난 영화 한 편으로 더위를 이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라고 해서 굳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일 필요는 없다. 잔잔한 감동과, 약간의 정신적 수고를 요하는 사색적인 영화들이 더위를 쫓는데 오히려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영화들을 찾아 여름나기를 해보자.
가톨릭교회와 영상물
1936년 교황 비오 11세는 교회가 영상 매체에 대해 처음으로 본격 언급한 회칙 ‘비질란티 쿠라’(Vigilanti Cura)를 통해 영화가 선의 도구가 되어줄 것과 신앙과 도덕에 어긋나는 영화를 피하고 좋은 영화만 볼 수 있도록 지성인들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교황 비오 12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매체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그 위력을 직접 체험했고, 이에 따라 출판과 라디오, TV는 물론 영화의 영향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시작한 교황 요한 23세 역시 영화와 방송이 오류와 부패의 수단이 될 때, 진리를 지키는 수단으로써 맞설 것을 권고했다.
이때까지 교회는 첨단 매체들에 대해 우려와 경계의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공의회는 공의회 문헌 ‘사회홍보매체에 관한 교령’(Inter Mirifica)를 통해 사회홍보매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고, 이후 영상매체에 대한 교회의 접근도 긍정적,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교회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는 영상매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1995년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에는 제29차 홍보주일 교황 담화문을 통해 영화를 ‘문화와 가치의 전달자’로 표현했다.
영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중매체임을 인정했고,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복음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교회는 종교적인 메시지를 주제로 한 많은 좋은 영화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초월적 존재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고 말한다.
교황청이 선정한 좋은 영화
교황청은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95년 총 45편의 영화를 ‘위대한 영화’로 선정했다. 종교, 가치, 예술 등 세 가지 범주로 나눠 분류된 이 영화들은 교회가 영화를 보는 시각을 보여주고, 좋은 영화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은 총 45편 중에서 선별한 10편의 주요 작품들이다.
1.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8)
바베트라는 프랑스인 요리사가 복권에 당첨돼 마을 사람들에게 프랑스식 만찬을 대접한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의미는 심장하다.
2. 벤허(Ben-Hur, 1959)
고대 로마 시대에 한 유다 청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신의 섭리를 그린 작품. 10년의 제작 기간과 10만 명이 출연한 대작.
3. 마태복음(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 1966)
예수의 생애를 교회의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교리를 따라 존경심을 가지고 표현한 파졸리의 작품. 아카데미상 3개 부문 노미네이트.
4. 사계절의 사나이(A Man for All Seasons, 1966)
명저 ‘유토피아’를 남긴 영국의 정치가이며 문인인 토머스 모어와 헨리 8세의 갈등을 그린 영화.
5. 희생(The Sacrifice, 1986)
‘영화의 구도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마지막 유작. 감독 의 작품 세계를 응축하고 총정리한 작품.
6.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 1949)
전후 사회의 빈곤과 모순을 리얼한 영상으로 묘사한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거장 데시카의 명작.
7. 간디(Gandhi, 1981)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장대한 스케일과 감동으로 엮은 3시간의 대하 서사시.
8.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1946)
평생 봉사하며 살아온 주인공이 곤경에 처해,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수호천사를 통해 자기 삶이 ‘멋진 인생’임을 깨닫는다.
9.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한때 나치에 동조했던 독일인이 폴란드의 자기 공장에 유다인들을 취직시켜 1100명을 대학살로부터 구해낸 실화를 그린 흑백 대작.
10.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1957)
페스트가 창궐했던 14세기를 배경으로 죽음의 사자와 대결하는 기사의 여정을 통해 신의 존재와 인간 구원을 고통스럽게 되묻는 작품.
미국 주교회의가 추천하는 좋은 영화
미국 주교회의는 지난 1965년부터 매년 10편의 좋은 영화를 선정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가 선정하는 이 영화들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건전하고,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당한 것이며, 특별히 종교적으로 건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들이다.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대표적인 작품들 중 비교적 최신작 10편이다.
1. 미스 포터(Miss Potter, 2006)
유명한 토끼 캐릭터 피터 래빗을 만든 여류 작가의 사랑과 열정을 그린 영화.
2.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2005)
전세계적으로 1억부가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의 영화판. 선과 악의 대립구도에 구세주의 비유가 돋보인다.
3. 신데렐라 맨(Cinderella Man, 2005)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헝그리 복서의 투혼으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당시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실화를 그렸다.
4.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
예수의 죽음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반유다인적 내용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종교 드라마.
5. 에블린(Evelyn, 2002)
실화를 바탕으로 1950년대 말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아동보호법(1941년 제정)을 둘러싼 헌법 소원을 다룬 법정 드라마.
6.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2000)
80년대 북부 영국 탄광 마을의 한 소년이 발레 댄서로서의 야망을 품고 런던의 로얄 발레 스쿨에 입학하기까지를 그린 감동의 드라마.
7. 천국의 미소 (Rang-e Khoda / The Color Of Paradise, 1999)
맹인 소년과 그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 드라마.
8. 천국의 아이들 (Bacheha-Ye aseman / The Children Of Heaven, 1997)
신발 한 켤레를 잃고 남은 한 켤레를 번갈아 바꿔 신어야 하는 궁핍 속에서도 순수를 잃지 않는 오누이의 맑은 성장기를 담은 이란영화.
9.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예수, 간디 같은 성인들의 불행한 죽음을 성찰한다.
10.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1998)
지금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원작을 빌 어거스트 감독이 영화화.
교황청 선정 위대한 영화 45편
다음은 교황청이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정한 위대한 영화들이다. 국내 미개봉작들이 많아 원제를 그대로 적었다.
종교
1. Andrei Rublev (1969)
2. Babette’s Feast (1988)
3. Ben-Hur (1959)
4. The Flowers of St. Francis (1950)
5. Francesco (1989)
6.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 (1966)
7. La Passion de Notre Seigneur Jesus-Christ (1905)
8. A Man for All Seasons (1966)
9. The Mission (1986)
10. Monsieur Vincent (1947)
11. Nazarin (1958)
12. Ordet (1954)
13. The Passion of Joan of Arc (1928)
14. The Sacrifice (1986)
15. Therese (1986)
가치
16. Au Revoir les Enfants (1988)
17. The Bicycle Thief (1949)
18. The Burmese Harp (1956)
19. Chariots of Fire (1981)
20. Decalogue (1988)
21. Dersu Uzala (1978)
22. Gandhi (1982)
23. Intolerance (1916)
24. It’s a Wonderful Life (1946)
25. On the Waterfront (1954)
26. Open City (1945)
27. Schindler’s List (1993)
28. The Seventh Seal (1956)
29. The Tree of Wooden Clogs (1978)
30. Wild Strawberries (1958)
예술
31. Citizen Kane (1941)
32. 8 1/2 (1963)
33. Fantasia (1940)
34. Grand Illusion (1937)
35. La Strada (1956)
36. The Lavender Hill Mob (1951)
37. The Leopard (1963)
38. Little Women (1933)
39. Metropolis (1926)
40. Modern Times (1936)
41. Napoleon (1927)
42. Nosferatu (1922)
43. Stagecoach (1939)
44. 2001: A Space Odyssey (1968)
45. The Wizard of Oz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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