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탈렌트가 있다. 썩 좋은 실력은 아니지만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었고, 그래서 생활성가나 복음성가와의 만남은 스스로의 신앙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칫 탈렌트가 자기 자신안에 머무르다 보면 타인에게는 자랑이 되려하고, 자신을 높이려는 위험한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함을 알기에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이 재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진정 필요로 하는 곳에서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이러한 삶의 가운데 어느 날 선배 신부님께서 함께 노래를 하자며 제안하셨다.
콘테이너 박스를 연결해 지은 작고 좁은 성전에서 본당 사목활동을 하시며 새 성전을 건축할 계획을 가지고 계시던 선배 신부님께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셨다. 다름 아닌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의 오심을 함께 기뻐하고 새 성전 마련에 고생하고 있는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작은 음악회를 계획하신 것이었다. 비록 잘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본당 건축을 위해 고생하시는 선배 신부님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기에 마다할 수 없었다.
작은 음악회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의 있는 연습은 필요했기에 선배 신부님과 만나서 몇 번의 연습을 가졌다. 다행히도 부족한 실력을 채워줄 신상옥씨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남자 트리오로 구성하여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작은 욕심을 가지기도 했다.
드디어 성탄 전야….
본당에서 구성된 합창, 연주와 더불어 작은 음악회 공연이 시작됐다. 본당신부인 선배 신부님의 솔로 무대, 나에게 주어진 솔로 무대, 그리고 신상옥씨와 함께 하는 트리오의 무대로 음악회는 절정을 이루었다.
사제 2명과 신상옥씨, 이렇게 남자 셋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신자들에게는 감동을 불러올 만큼의 황홀한 사건이었던지 콘테이너 박스로 조립된 성전이 무너질 만큼 환호와 기쁨이 흘러 넘쳤다. 어떤 음악회이든 사람들의 기쁨과 환호가 있음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느낌이 왠지 새롭게 다가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자들은 사제의 어떤 모습에 기뻐하는가?’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에서는 노래를 불러서 기뻐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에게 일어난 느낌은 ‘신자들을 위해서 무언가 노력하는 사제의 모습’에 더욱 기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의 나의 사목에 중심이 되고 있다.
요즘의 사회는 정적이기보다는 역동적이다. 그리고 신자들은 많은 위로와 삶의 희망을 교회에서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그러한 역동적인 신앙의 삶에로의 요청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신자들을 위해서 존재할 수 있는 교회의 사목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자들은 더욱 감동 받아야 하고 이러한 삶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목을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더 더욱 명확하고 명료해졌다.
유승학 신부 (인천교구 청년국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