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제성소 분별 어떻게 하나요
사제가 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요즘 사제서품식이 많던데요. 저희 집에서는 제가 신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나 바라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날은 제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어떤 날은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현실 도피 같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가야하는지를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요?
[A] 주님 뜻 찾고자 하면 이미 성소가 있는 것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소(聖召)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고 이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써 결정이 되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르심이 과연 나에게도 주어진 것인지, 혹시 나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서 주어졌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갈등입니다.
사실 우리들은 하느님의 뜻을 100%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그 사람을 강제로 사로잡지 않고 오히려 그 사람이 부르심에 자유롭게 응답하거나 거부하도록 충분한 시간적, 심리적 여유를 줍니다. 따라서 내 마음 안에 성직자나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일상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한다면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질문을 하시는 분에게는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부르심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통해서 보면 그 특징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세상의 관점으로 볼 때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족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도저히 하느님의 제자가 되는데 있어 결함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하느님의 큰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만을 가지고서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그처럼 쉬운 것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처럼 그렇게 쉽게 일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하고 형편없는 사람들을 가지고 당신의 일을 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더욱 더 크게 드러내십니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성소를 결정했으면 좋겠네요. 내가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은 내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나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명연 신부(인천 간석4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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