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배려는 그들을 웃게합니다
새터민 종교인 60% 중 천주교 2.9% - 개신교 53.3%
일자리 알선, 심포지엄 등 지원 영역 협소 한계 드러내
인천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새터민(북한이탈주민) 김성호(가명·37)씨. 지난 2005년 2월 남한에 온 김씨에게 지금 다니고 있는 서점은 6번째 직장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의 두 자녀도 학교를 두세 번씩 옮기기는 마찬가지다.
김씨의 가정처럼 새터민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 등 외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문제보다 자신들을 대하는 남쪽 사람들의 시선과 냉대 등에서 오는 정신적 어려움이 더 견디기 힘들다. 남한행에 오르며 꿈꾸었을 번듯한 일자리를 찾아 성공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어서 간혹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기라도 하면 뉴스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나마 김씨의 경우는 새터민들을 위한 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꾸준히 직장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주위에 실업자로 지내는 새터민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을 대할 때마다 자신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새터민 정착 지원시설인 ‘하나원’에 있을 때부터 만나기 시작한 종교단체 봉사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2월 말로 국내에 입국한 새터민 수가 1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교회가 펼치고 있는 민족화해 사목 전반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를 필두로 교회가 새터민 정착 지원 등 새터민을 위한 사목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여오고 있음에도 과거에 비해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염려는 곳곳에서 현실로 확인된다. 통일부 의뢰로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3세 이상 새터민 1336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를 담은 ‘2005년 새터민 정착실태 연구’에 따르면, 새터민의 60.1%가 남한에서 종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천주교 신자가 2.9%, 불교 신자가 2.9%인데 비해 개신교는 53.3%로 드러났다. 특히 새터민 청소년 가운데는 73.8%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이 중 개신교를 믿는 비율이 98%로 다른 종교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통일부가 연세대 통일연구원 등에 의뢰해 내놓은 조사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시켜 준다. 지난 1980년 이후 입국한 새터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새터민의 70%가 남한에서 종교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천주교 신자가 3.8%, 불교 신자가 2.3%인데 비해 개신교는 6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새터민을 대상으로 한 사목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통제된 북한 사회에서 종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로를 밟고 있으며, 어떠한 환경 속에 놓여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통계대로라면 통일 과정에서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갈 시금석으로 평가받으며 ‘복음화의 씨앗’으로 떠오르고 있는 새터민 사목영역에서 가톨릭교회는 개신교를 비롯한 타 종교에 뒤쳐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래 교회를 함께 짊어지고 갈 새터민 청소년과 관련해서는 손 놓고 있는 부분도 적잖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비해 타 종교계는 새터민들의 남한사회 조기 정착에 초점을 맞춰 물적 영적 지원 등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불교의 경우 지난해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특성화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와 전인학원을 설립, 운영하는 등 교육분야에서의 다양한 모색을 통해 새터민 청소년들의 남한 정착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불교운동본부’로 시작된 불교계의 ‘좋은벗들’은 대북지원 활동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사업을 비롯해 통일강좌 등 교육프로그램, 남북한 동포들이 함께 어울리는 통일체육축전 등 교류 행사,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통일 이후까지 내다보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개신교계는 더 나아가 이미 지난 1993년 대북지원 단체인 ‘남북나눔운동’ 창립과 함께 남북나눔운동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민족화해의 과정과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연구 활동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이 위원회를 확대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고문)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원장) 등을 주축으로 40여 명의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연구기관인 ‘한반도평화연구원’ 등 연구기관을 세워 새터민 정착 문제를 연구하고 활동 방향과 대안을 내놓는 등 몇 걸음 앞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타 종단의 활동에 비하면 가톨릭교회의 새터민 사목은 ▲민박·문화·현장 체험 ▲일자리 알선 ▲세미나·심포지엄 등을 통한 교육 ▲의료·후생 지원 등 몇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이어져오고 있으며, 그나마 이런 활동들도 일부 교구와 몇몇 본당과 단체들을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이선중 수녀는 “개신교의 경우 새터민들과 지역, 신자 등과의 연계 시스템이 유기적이고 원활해 새터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다가섬으로써 적잖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면서 “통일에 대비한 인적 물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터민를 위한 사목 일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활동의 연속성 부족과 단순한 사목 패턴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서종엽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새터민지원소위 간사)는 “홈스테이 외에도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전 교회 차원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한 사회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들이 삶 속에서 이를 극복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한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상담 ▲소공동체 등을 통한 활동 공유 ▲자매결연 등 다양한 만남의 장을 통해 신자들과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사목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따듯하게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터민 청소년 그룹홈 만든 서종엽 신부
“새터민 청소년들은 우리 후손들과 미래를 함께 이끌어갈 존재들입니다.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이들입니다.”
교구 차원에서는 최초로 새터민 청소년 그룹홈을 연 수원교구 서종엽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새터민지원소위원회 간사)는 ‘함께’의 의미를 강조한다.
새터민들을 위한 사목을 펼쳐오던 서신부가 새터민 청소년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이미 1만명을 넘어서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새터민 가운데 20% 이상이 청소년이기도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새터민 청소년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탈북과정에서 생긴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7월 28일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관할 내에 문을 연 그룹홈도 가족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한사회 정착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부모 없는 청소년이나 편부모 가정 청소년들을 위해 위탁모이자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할 어른이 상주하며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할 구상이다.
학력이 뒤처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대학생 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체계적인 학습지도는 물론 견학과 계절 캠프,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적응 능력을 길러주는 등 그룹홈을 교육의 장이자 치료 공간 등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 그룹홈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 교구 곳곳에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그룹홈이 번져나갔으면 하는 게 서신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우선 남한 청소년들과 다름없이 마음 놓고 공부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절실합니다.”
물불 안 가리고 새터민들에게 다가서는 타 종단에 비해 몇 박자 느린 교회의 모습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는 서신부는 신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의식을 호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끈입니다. 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랑의 모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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