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야콘잎 사이로 싱그런 웃음 넘친다
하늘,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8월 3일 이른 아침.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헌데 아랑곳 않고 밭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희끗한 머리에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도 눈에 띕니다.
이원무 신부가 한마디 건넵니다.
“어이구, 이제 사람 들어가면 뵈지도 않을 정도로 야콘이 컸네.”
잡초를 뽑던 할머니가 얼굴을 다 가릴 만큼 큰 야콘 잎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웃음 짓습니다.
‘우리 농장’이 생겼어요
대전교구 논산 대교동본당(주임 이원무 신부)은 미사 참례자가 한때 2000여 명이 넘던 큰 본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농촌이 그렇듯 본당에는 이제 400여 명의 신자들만 미사에 옵니다. 이마저도 대부분 연로한 신자들입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성당은 낡고, 재정도 열악했습니다.
성당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없을까? 신부와 신자들 모두가 짊어진 숙제였습니다. 그러던 차 대전에 사는 한 신자가 밭 1만3200여 ㎡을 본당에 빌려주었습니다.
신부와 신자들은 지난 해 초 성당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이곳에 농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몸이 따라주질 않고 그나마 젊은 사람들도 직장일로 바빴지만, 네 농장이 아닌 우리 농장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요즘도 새벽 여섯시면 30여 명의 신자들이 농장을 찾습니다. 농장 한 쪽에는 작은 별장도 만들었습니다. 통유리 밖으로 드넓은 야콘 밭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땀과 정성 쏟아 ‘먹을거리’ 얻었죠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땀 흘리며 정성을 쏟아 붓자 건강한 먹을거리를 선사했습니다. 무엇보다 본당 신자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들어있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해 고구마 20톤을 수확했습니다. 야콘 잎을 갈아 만든 ‘야콘 잎 차’는 입소문에 힘입어 동 났습니다.
첫 수확이어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습니다. 10kg 고구마 상자에 8kg만 넣어 항의를 받았고, 생채기 난 고구마에 너무나 너그러운 할머니 할아버지 신자 덕에 반품 소동도 겪었습니다. 첫 농사의 경험 덕일까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풍성한 수확이 기대됩니다.
‘수확의 기쁨’ 함께 나눠요
‘하늘땅사랑’ 농장은 올 수확을 앞두고 사랑을 함께 나눌 도시 신자들을 초대합니다. 8월 25일 ‘황토고구마 순 따기 체험행사’를 합니다. 1만원(어린이 무료)이면 고구마 순을 마음껏 따갈 수 있습니다. 고구마가 여무는 9월 중에는 추수감사미사도 봉헌하고 ‘고구마 캐기’ 행사도 열 예정입니다.
본당 신자들의 훈훈한 인심과 싱그러운 자연은 덤입니다. 농장 홈페이지(www.skylandlove.org)에 들르면 이원무 신부의 농장일기도 엿볼 수 있습니다. 건강식품 야콘의 효능을 비롯해 야콘 잎차와 효소, 야콘 칼국수 등 농장에서 생산하는 상품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본당은 도·농 신자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일군 야콘과 고구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과 성당건립에 쓸 생각입니다.
※문의 041-736-5888, 041-736-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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