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교구에서 청년사목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행하고 있다.
그 중 청년 성서모임을 지도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성경을 접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에 힘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룹별로 6~8개월의 공부를 마친 후 연수를 하게 되는데 이 연수를 위해 봉사자들과 함께 2개월에 걸친 모임을 가지면서 보다 좋은 감동의 기회가 되도록 준비한다.
특히 필자는 전례 지도나 봉사자들의 영성적 준비, 강의 및 전체적인 흐름에 관련해 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던 중 언젠가부터 봉사하는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찬양 준비를 함께 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내 뜻대로 모두 하기보다는 청년 봉사자들과 상의를 해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어 연수의 총진행 봉사자와 만나 이런 생각을 전해주었다.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순간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당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찬양 부분 청년 봉사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상했다.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어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영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런데 그 맘이 고스란히 “그만 나가 보세요!”라는 권위적이고 감정 섞인 말로 전달되어 버렸다. ‘아차!’하고 뒤늦게 느낀 순간 그 총진행 봉사자가 내 말에 큰 상처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엄습해 왔다. 그 상처받은 마음은 연수의 리허설에서 면밀히 드러났다. 빵을 떼어주는 연습 가운데에 총진행 봉사자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웠고 심지어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던 것이다. 사랑을 드러내야하는 사제가 사랑에 반(反)하는 일을 하여 상처를 주었으니 마음이 참 불편했다. 그리고 총진행 봉사자가 그러한 불편한 마음으로 당장 내일 있을 연수의 진행을 충분히 해내기가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해졌다.
그래서 용기내어 그를 불러 만나게 됐다.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며 용서를 청했다. 그 행동에 놀랐던지 총진행 봉사자는 내 앞에서 눈물을 왈칵 쏟는 것이었다. 자신도 이미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과 내게 그러한 어색한 모습을 비출 수 밖에 없었던게 미안했던지 울기만 하고 있었다. 용서하고 용서를 청했다. 그리고 안아주면서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눈물을 흘리는 그 자매 앞에서 어색하게 맴돌았다.
사제로서 용서하고 용서를 먼저 청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소중한 관계를 위해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당연히 ‘사제가 먼저 관계회복을 위해 나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용서와 용서의 청함은 나와 너, 우리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때의 경험은 용서와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용기를 또 그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그것은 끊임없이 내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이다.
유승학 신부 (인천교구 청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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