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훼손 법안 입법예고 "대책 시급"

독소조항 포함한 채 9월 국회 상정

한국교회 새 생명윤리법안 마련중

9월 전국 생명수호대회…관심 호소

지난 8월 3일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와 보스턴 어린이병원 줄기세포 프로그램 연구팀이 “황우석 박사 연구는 세계 최초 단성생식(처녀생식) 줄기세포의 성과”라고 밝힘에 따라,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 찬성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우리나라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독소조항 개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과 2005년, 황박사는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처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연구는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오히려 배아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의 비윤리성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새로 밝혀진 처녀생색도 난자가 특정 자극에 의해 마치 수정된 것과 같이 분화, 성장해 배아가 되는 것으로 여전히 생명을 파괴하는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반생명적인 규정, 특히 인간 배아 연구와 관련해 생명 훼손을 허용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해 제정 이전부터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비윤리적이고 거짓으로 점철된 황우석 박사의 연구 파문으로 인해 생명윤리법안 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어렵사리 추진된 생명윤리법 개정안 또한 근본적인 윤리문제들이 수정되지 않은 채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을 거쳤으며, 오는 9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체세포 핵이식 행위를 허용하며, 유전질환을 피하거나 혹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배아 생성 행위를 허용하는 등의 여전히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황우석 연구 당시 드러난 난자 채취와 매매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새로 제정이 추진된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또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낙태를 합리화하는 등의 윤리적 문제를 포함한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부터 올바른 법안 마련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그릇된 생명윤리법 개정과 반생명적인 정부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는 한국 주교회의 성명서도 발표했으며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지만, 대사회적인 관심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생명윤리법 개정을 위한 여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대중의 무관심과 무지를 꼽을 수 있다. 신자들과 비신자들의 생명윤리의식 수준에서도 별다른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교회는 지속적인 생명존중 의식교육과 더불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대사회적 홍보를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교회가 큰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구체적인 법 개정. 현재 한국 교회 내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법조위원회를 구심점으로 생명존중 가치관에 따른 새 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 법안과 더불어 교회가 지난 30여년간 추진해온 모자보건법 폐지안은 오는 9월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또 9월 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전국 생명수호대회를 열고 법개정 등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을 환기할 방침이다.

특히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올바른 생명윤리법 개정 등 범국민적인 생명운동 추진 노력의 하나로 미국 가톨릭교회 생명윤리법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개 세미나를 가졌다.

8월 3일 오후 3시 서울 서초평화빌딩에서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미국 BDF(생명윤리수호기금, Bioethics Defense Fund) 대표 니콜라스 니카스(Nikolas T. Nikas)씨와 부대표 도린다 보드리(Dorinda C. Bordlee)씨가 각각 발표와 질의응답에 나섰다.

‘생명윤리법,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생명운동과 미국의 입법 동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1973년 낙태 합법화 이후 미국에서 펼쳐진 생명윤리 관련 입법 과정과 현재의 낙태 현실,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또 BDF 관계자들은 이번 방한 일정 중, 생명위 법조위 위원들과 우리나라 생명윤리법 개정 방안에 대해 논의 시간을 가졌으며,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생명윤리법 모델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제안된 생명윤리법은 세계각국의 ▲과학분야에서의 인권 ▲인간복제 금지 ▲여성의 난소건강보호 ▲인간-동물간 이종교배 금지 ▲태아 배양 금지 ▲인간복제에 대한 정부자금 지원 금지 ▲배아 밀수 금지 ▲태아 성별 결정 후 착상하는 행위 금지 ▲환자 우선 보호 관련 법률 등이다.

생명윤리 관련 법안·정책 제안

■ BDF(미국 생명윤리수호기금, Bioethics Defense Fund)는?

BDF(www.bdfund.org)는 미국 연방정부와 50개 각 주 의회에서 다루고 있는 각종 생명윤리 관련 법안과 정책을 제안, 추진하는 비영리 법률가 단체. 낙태와 인간복제 및 태아 연구, 죽음까지 포함된 인권 위반 관련 전반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법률과 정책 마련에 관여한다.

특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법률가들과 연대해 올바른 법 제정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BDF는 미국 상·하의원와 주지사, 각 정부 관리와 관련 입법자들은 물론 언론단체 등에도 각종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전화와 이메일, 각종 우편자료 등을 발송 등을 통해 의식 개선에 힘쓰며 미국은 물론 각국 대학과 기관단체,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생명윤리 강의도 적극 제공한다.

최근에는 낙태 통지 동의, 낙태 후유증에 대한 경고, 부모의 승낙과 통보 과정과 낙태 진료소 규칙 마련, 대법원 법 수정 등의 규정 마련에도 적극 힘써왔다.

◎서울대교구 생명위, ‘BDF’ 초청 세미나

“인위적 생명파괴 결코 정당화 안돼”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낙태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등 반생명적인 문화의 폐해를 겪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도 낙태와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연구, 안락사와 자살방조 등이 심각한 논쟁으로 대립해왔다.

반면 미국은 생명수호운동 또한 체계적으로 활성화돼 관심을 모은다.

특히 미국 가톨릭교회는 지난 1973년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결 이후 본격적인 생명수호운동을 펼쳐, 범국민적인 생명존중의식 고양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현재 추진 중인 생명윤리법 개정과 함께 범국민적인 생명운동 확산을 위해 미국 생명윤리수호기금(BDF, Bioethics Defense Fund) 전문가 초청 공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니콜라스 니카스 BDF 대표와 도린다 보드리 부대표는 “정의로운 사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종교와 관계없이 가장 기본적인 ‘생명원이 존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난치병 치료 등을 명목으로 실시되는 인간 배아연구는 결국 생명을 파괴할 목적을 갖고 인위적으로 인간생명을 만드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한 생명을 이용해 또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모순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달리 윤리적인 문제점이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그 성과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크게 부족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암과 적혈구빈혈증, 당뇨병, 파킨슨씨병 등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배아줄기세포의 경우는 단 한건의 성공사례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특허 등을 통한 금전적인 대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인간성을 버리고 돈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생명수호운동가들은 ▲인간 배아 파괴 금지와 ▲인간 배아 복제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 금지 ▲난지 기증 규제 등의 법 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낙태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사회 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낙태가 ‘태아 살해’라는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현행 미국 연방법 등은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는 언제든 낙태를 허용해왔다. 또 낙태에 앞서 부모들이 뱃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게 하는 법안도 마련됐다.

BDF 보드리 부대표는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뱃속 태아가 세포가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우리는 낙태가 아기 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행동임을 적극 홍보한다”고 밝혔다. 낙태수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알리는데 적극 나섬으로써 각 여성단체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발표에서 BDF 관계자들은 “올바른 생명윤리법 제정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라며 “보다 많은 대중 특히 가톨릭신자들이 반생명적인 행태들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실천함으로써 여론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현행 ‘생명윤리법’은 반생명적인 규정, 특히 인간배아와 관련해 생명훼손을 허용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제정 이전부터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8월 3일 서울 서초 평화빌딩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주최 미국 가톨릭교회 생명윤리법 전문가 초청 공개 세미나에서 위원장 염수정 주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