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배운 적 없지만 열정으로 극복”
여든이 훌쩍 넘은 늦깍이 화가가 첫 번째 개인전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28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 인사동 크라프트 아원에서 ‘박우대 할머니 그림전’을 연 박우대(마리아.86.서울 방배동본당) 할머니.
“미술은 배워보지도 못한 사람이 이렇게 그림을 모아놓고 전시회하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개막식 다음날 성당 성모상 앞에 자신의 팸플릿을 봉헌하고 감사기도를 했을 정도로 신앙에도 열심이다.
박할머니가 그림에 눈을 뜬 것은 4년 전이다. 다섯째 딸 한선주 조선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어머니 치매예방차원에서 선물한 색연필과 스케치북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그림이냐”면서 마다했지만 이내 딸의 성의가 고마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시간만 나면 색연필을 잡았다. 그림을 전혀 배운 적이 없다던 할머니는 생각보다 훌륭한 작품을 내놓아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명절이나 가족 기념일에는 할머니가 직접 그린 성모마리아 카드를 보낼 정도로 실력이 쌓였다. 올해 초에는 돼지를 그려서 방배동본당 주임신부와 사무실에 선물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죠. 근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깐 모든 게 관심 대상인거야. 전단지, 신문지 등에 소재가 있으면 다 그렸어요.”
할머니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한다. 때문에 풍경화에서 인물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도 산책길에 본 꽃과 까치를 비롯해 물론 성모마리아, 성가정, 교황 베네딕도 16세, 요한 바오로 2세, 축구선수 박지성, 박주영 등까지 그 소재가 다양하다.
이와 함께 세 살 증손녀에게 놀이감으로 선물하기 위해 만든 토끼, 호랑이 같은 종이공예작품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한 박할머니는 “요즘은 눈이 침침하고 아파서 그림을 잘 못 그리겠다”면서도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어떡해하겠어?”라고 말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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