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안식처 마저 불에 타”
6월 4일 월요일 오후 3시35분.
월요일은 요한의 집(시설장 김봉현, 서울 은평구 역촌1동)이 무료급식을 하는 날이다. 그날도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기 위해 집 앞 마당에서 요리가 한창이었다.
“불이야!”
훤한 대낮에 ‘불’이 났다. 집 앞 마당에서 봉사자 할머니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열중해 있는 나머지 알지 못했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목조건물인 탓에 2층까지 모조리 전소됐다. 마을 주민들과 소방차가 달려왔다. 하지만 화재 이유를 알 수 없다. 전선 노출이 원인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요한의 집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노숙자에게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91년부터 서울역 앞 지하도의 노숙자들에게 주5회 무료급식을 시작했다가 97년 IMF로 인해 매주 2회로 줄였다.
건물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20만원으로 시설장이 개인주택을 빌려 사용한다. 상주해있는 아이들과 함께 오갈 데 없는 노숙자들이 가끔씩 쉼터로 이용하고 구역별 모임, 봉사자운영위원회 피정 등 다용도로 쓰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설장 김봉현(요한)씨는 “다행히 낮에 불이 나서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지만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도와주러왔다가도 막상 전소된 상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포기해 이래저래 날짜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에 탄 건물은 아수라장이었다. 집안에 놓여있던 예수상과 성모상만 간신히 가지고 나온 채 아직 잿더미와 그을음은 치워지지 않은 그대로였다. 말 그대로 모두 손을 놓아버린 상태.
하지만 봉사자들은 시설장을 설득, 노숙자 급식을 계속하고 있다. 요한의 집 무료급식이 아니면 그날을 굶어야하는 1000여 명의 노숙자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검은 입을 벌리고 있는 잿더미 요한의 집 앞에서 봉사자들은 선풍기 한 대를 의지한 채 가마솥으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김씨는 “노숙자 중 젊은 사람은 내 자식, 나이든 사람은 내 부모처럼 여기며 지금까지 지내왔다”며 “요한의 집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요한의 집을 나오는 길. 잿더미 앞 고무장갑과 앞치마만이 쓸쓸히 널려있다.
※도움주실 분 02-358-5777, 016-292-5778, 우리은행 138-07-183381 김봉현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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