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너에게서 천국을 보았어"
# 처음 본, 처음 사랑한…
“와! 별 떨어진다.”
“어디 어디.” “저어∼기.”
“야!”
한번 터져 나온 탄성은 수그러들 줄 모르는 감탄사를 낳고 또 낳는다.
‘별들의 강’ 은하수가 흐르는 여름 밤하늘로 목을 길게 뽑은 아이들은 한참이 지나도록 눈길을 거둘 줄 모른다.
“저게 견우별이고….”
“그럼…, 저건?” “직녀별이겠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손으로 가리키는 아빠 김태익(안드레아.43.여수 미평동본당)씨의 설명을 듣는 수환(초4)이의 눈은 별만큼이나 반짝인다.
남한강을 굽이굽이 돌아 소백산 한 자락에 자리잡은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마을은 8월 5∼18일 13박14일 동안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으로 넘쳐났다.
무소유를 바탕으로 사랑과 배려의 공동생활로 참된 행복을 추구하는 신앙인공동체인 ‘산위의 마을’(대표 박기호 신부)이 어린이들에게 공동체 생활 체험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천국의 아이들’ 프로그램에 함께한 20여 명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 처음 만난 소중한 첫사랑을 키웠다.
# 어휴 왜 이런 곳에 보내서
도시 생활에 젖어 살던 아이들에게 ‘산위의 마을’의 일상은 속 터지는 일의 연속이었다. 텔레비전과 전화는 물론이고 부모님을 조르기만 하면 해결됐던 군것질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새벽 5시45분이면 어김없이 봉헌되는 매일미사. 아이들의 입에서는 한숨과 부모님을 향한 푸념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이런 델 보내서….”
집 밖에 오두막 모양으로 지은 자연발효 시스템을 갖춘 ‘친환경 화장실’도 아이들에게 불편하긴 마찬가지. 치약 대신 죽염으로 이를 닦고 샴푸 대신 식초를 쓰는 하루하루는 고역이었다.
하지만 빵이나 청량음료, 조미료 등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의 입은 이내 농약 한번 치지 않은 산더덕과 당근, 치커리, 열무김치 등 각종 푸성귀며 산에서 직접 따온 버섯과 산나물 등으로 차려진 밥상에 열을 올리게 됐다.
난생 처음 헤집고 들어간 산 속이며 동굴 체험, 가축을 돌보고 농사를 짓는 일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나 여기 또 오면 안 돼
김수환(초4)군과 민재(초2) 형제를 참가시킨 배선미(43.전남 여수)씨는 마지막 날 함께하며 부쩍 자라난 아이들 모습에 뿌듯한 눈길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풍물패 사이에 끼어 꽹과리를 잡은 둘째가 제 흥에 겨워 채를 신나게 놀려댈 때는 언뜻 눈물이 비치기도 했다.
“집에선 깔끔 떨던 녀석들이 어떻게 지내나 싶어 편지를 세 번이나 했다”는 배씨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연 속에서의 쉼을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커멓게 타도록 즐겁게 지낸 아들의 모습을 보며 걱정했던 게 단번에 사라졌다”는 김대규(세례자 요한.41.원주 구곡본당)씨는 “서로 친형제처럼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공동체의 힘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아빠, 겨울에 또 오면 안 돼요?”
공동체 생활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가운데 천국을 보고 천국을 체험한 아이들의 보채는 소리를 들으며 산을 내려오는 길은 산 속의 밤공기만큼이나 상쾌했다.
■ ‘산위의 마을’은
산위의 마을은 박기호 신부(서울대교구)가 1998년 동료 신부, 수사들과 함께 설립한 예수살이공동체를 모태로 탄생했다. 지난 2004년 충북 단양 소백산 일대 해발 500미터가 넘는 지역에 1만3000여 평을 마련해 공동체를 꾸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새벽미사를 시작으로 하루 6∼8시간 안팎의 농사일, 저녁기도와 나눔 등으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속에서 복음에 충실한 삶을 찾아가고 있다. 무소유와 자급자족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생태 유기농업으로 더덕, 고추, 콩 등 다양한 농사를 지으며 대안적 삶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네 가족과 독신자 4명을 포함해 17명이 살고 있다.
※문의 043-421-2144, www.sanimal.org
사진설명
▶장기자랑 시간, 아빠와 함께하니 기쁨 두배.
▶신나게 풍물을 배우며 ‘얼쑤~ 좋다’.
▶갖가지 식물들을 보며 생태관찰해요.
▶우리가 먹은 건 우리가 씻어야죠.
▶하느님께 기도하는 이 시간, 행복해요.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렸네.
▶친환경 화장실,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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