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품고 보듬어줬던 ‘아버지’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수원교구 사제들은 8월 16일 선종한 고(故) 고건선 용인대리구장 신부를 두고 ‘아버지’라고 했다. 사제들을 안아주는 사제였다는 것이다. 고신부는 고민이 있을 때 늘 찾아갈 정도로 넉넉하고 푸근한 성품의 사제였다. 교구 사제들은 고신부의 탁월한 친화력은 무거운 짐진 자를 쉬게 하는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인간적 매력은 소신학교 시절 축구 등 단체 운동을 즐겼던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신학교 친구들은 이렇게 활달하고 호탕한 그에게 ‘여포’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서품 동창 사제들도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몰려오는 사제와 신자들 때문에 늘 피곤해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하느님과 가까이 살았던 모습은 사제들의 영원한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서품 2년 만에 신축 성당 발령, 신축 성당 완공을 앞두고 군종 파견, 군 제대 후 바로 교구청 사목국 근무, 다시 본당 성전 신축 본당으로 발령, 이제 쉴만하니 또다시 대리구장 임명….
1960년 소신학교 입학 부터 줄곧 함께해온 이규철 동창신부는 “고 신부는 머슴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불평 한번 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는 사제였다는 것. 그렇게 땀 흘리며 살았건만 고신부는 유언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조용히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동창 사제들은 고신부가 학창 시절부터 성모신심이 남달랐다고 기억한다.
고신부는 시골본당 출신인 탓에 신학교 시절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다. 그때마다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곤 했다. 군종 및 본당 주임 시절에도 신자들에게 성모신심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는 등 성모님과 늘 함께해온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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