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잡은 젊음으로 하늘을 향해!
■ 19일 오후 8시 4개 지역에서 전례한마당 열려
“너 어디 있느냐?”
제주 성산일출봉 야외공연장에 낮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800여명의 청년들이 손을 마주잡고 하늘로 올리며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답했다.
“여기 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한마음으로 답한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떨구어졌다. 청년들은 눈물에 회개와 속죄, 사랑을 담아 그분에게 자신을 내놓았다.
8월 19일 오후 8시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 프로그램인 전례한마당이 4개 지역(제주 성산일출봉 야외공연장, 신성여고, 천지연 야외공연장,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일제히 열렸다.
전례한마당은 ‘너 어디 있느냐’(창세 3, 9)를 주제로 한 기도 프로그램으로 샬트르 성바오로 수도회를 비롯한 4개 수도회가 준비했다. 성산일출봉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전례한마당은 성 바오로딸 수도회가 기획해 진행했다.
드넓은 야외공연장에 모인 800여명의 청년들. 수도자의 진행에 따라 가장 편안한 자세로 풀밭에 누웠고 수도자의 음성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하늘과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주변의 소리를 듣습니다.”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침묵에 잠긴 그들. 어둔 하늘을 응시하며 내면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숨소리, 심장소리, 내면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몸을 돌려 엎드린 청년들. 흙과 풀 냄새를 흠뻑 맡으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했다. 수도자의 이어지는 음성. “바오로야 어디 있느냐, 마리아야 어디 있느냐?”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청년들은 마음을 열어 하늘을 향해 다시 누웠다.
이내 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하느님 죄송해요. 하느님 고맙습니다.” 어느새 청년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주님께 자신들의 마음을 고백한 그들은 10명씩 짝을 이뤄 원을 만들었다.
서로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하는 그들. 침묵 속에 기도하며 저마다 눈물을 흘렸다. 축복기도를 마친 제주교구 가이드 봉사자 구승미(아녜스)씨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저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은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의정부교구 참가자 김길환(아드리아노)씨 역시 “신앙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전기가 될 것 같다”며 “이러한 느낌을 청년대회가 끝나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2달 동안 프로그램을 준비한 성 바오로딸 수도회 수도자들 역시 “주님과 하나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가 하나된 그 자리에 성가가 흘러나왔다. ‘주님 우릴 통해 계획하신 일, 너를 통해 하실 일 기대해’
곽승한 유재우 기자
paul@catholictimes.org
“사랑합니다! 또 오겠습니다!”
청년대회에 참가해 홈스테이한 일본, 대만 교회 신자들
문대수(유스티노?57?동광본당)씨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참가자들이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홈스테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가정은 참가자들을 만나 정겹게 인사를 하고 있지만 문씨는 성당 정문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리치미키(Arichi Miki?크리스티나?24)씨를 비롯한 일본 참가자 4명 역시 성당으로 발을 옮기는 내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두리번거리는 일본 참가자들. 문씨와 눈빛을 교환한 후 이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건네는 일본어는 서툴렀지만 따뜻한 마음은 그대로 전해졌다.
이어 본당에서 환영식이 열렸다. 아리치미키씨가 일본 측 참가 대표자로 인사를 했다. “모든 분들의 얼굴이 밝아 좋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환영식이 끝난 후 일본 참가자들은 문씨의 집으로 이동했다. 저녁을 먹지 못한 터라 문씨의 집에는 진수성찬이 준비돼 있었다.
가족들의 모습을 본 오쿠무라유타카(Okumura Yutaka ?교토교구) 신부는 “보기만 해도 친밀함이 느껴진다”며 환한 웃음으로 환대에 답했다.
모두 첫날을 기념하는 건배를 했다. “청년대회 파이팅!!!”
이튿날 오전 8시 단잠에서 깨어난 대만 대중교구 소속 양쯔깡(Yang, Chin-Kang?요한?37)씨. 고종안(베드로)씨 집에서 투숙을 한 그는 가족과 함께 말씀나누기를 한 후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 기도문을 바치고 공동체미사가 봉헌되는 동광본당으로 향했다.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 총재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는 미사 후 본당에서 열린 국수잔치에서 또 한 번 놀랐다. 본당 신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친절했기 때문이다.
전쇼딩(Chen, Hsiao-Ting ?안나?23)씨는 “신자가 너무 많아 놀랍다”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일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마지막 날 오전 8시 동광본당 신자 가정에 투숙을 한 159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모였다. 교구 대표사제 인사와 감사의 선물을 전달한 후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울먹이는 참가자들. 특히 해외 참가자들의 아쉬움은 배로 다가왔다. 황샹이(Huang, Hsiang-Yi?루시아?18)양은 “어제 생일이었는데 홈스테이 가정에서 생일 축하해준것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며 “대만으로 돌아가도 항상 생각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제주교구민들의 신앙심과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하게 된 해외교회 참가자들. 숙박 가정과 헤어지며 그들 모두 입버릇처럼 말했다.
“사랑합니다. 또 오겠습니다.”
유재우 기자
“이국생활에 지쳐가는 신앙 충전하러 왔어요”
청년대회 참가한 중국 칭다오 한인성당 청년회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에 칭다오라고 써 있었다. 중국 참가자가 확실하다고 생각이 들 무렵 유창한 한국어가 입 밖으로 나왔다. “중국 사람 아니에요.”
“이리들 좀 모여봐”라는 그의 말에 우르르 몰려든 청년들. 명찰에는 모두 칭다오라고 적혀있었다. “저희 한국 사람이에요~”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중국 칭다오 한인성당(주임 이기수 신부) 청년회 소속 청년들이었다.
유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13명의 청년들이 청년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타는 듯한 목마름(?) 때문이었다고 했다.
청년회 회장 조영섭(토마스아퀴나스?26)씨는 “본당 청년의 수가 무척 적어 활동에도 제약이 있다”며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의 열정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선 무조건 신청부터 했다고 한다.
미사 봉헌 자체가 일이라는 정재용(토마스아퀴나스?28)씨는 칭다오에서 1시간 반 이상 떨어진 곳에서 무역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멀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미사 봉헌 하러 가기 싫을 때도 있죠. 하지만 신앙을 저버릴 수는 없잖아요.”
이들은 1주일에 한번 씩 모여 나눔을 하고 성경공부도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나환자촌을 방문하는 등 자신들의 신앙심을 현지인들에게 전파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본당 주임 이기수 신부는 청년 미사를 지난 3월 신설해 청년들을 배려했다.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 참가도 배려의 하나였다. 이신부는 “청년 활동이 활성화 되던 차, 이번 대회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며 “이번 대회가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청년회 소속 청년들에게도 문제는 역시 있었다. 현지 사정상 신앙인임을 드러내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야외활동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이들 모두 이번 청년대회를 통해 얻어가려는 것이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랐다.
김수정(헬레나·21)씨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청년들을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우리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4일간의 시간이 중국에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화(요셉피나)씨 역시 “지쳐가던 신앙심이 다시 깨어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행사가 나 자신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많은 프로그램을 체험해 현지인들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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