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아야, 꼭 살아야 한다…”
17년 전 뇌종양 수술 이후 수 년째 침상 신세
최근 발작으로 각종 장애에 뇌종양 재발까지
“내가요….”
박기순(마리아 69 서울 자양동본당)씨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쓴다.
“내가요. 직접 아파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모른다고 영감한테 타박 놓던 내가요. 우리 딸 아픈 건 모르고 설움을 줬어요. 저게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1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투병하는 딸을 보아온 어머니의 심정은 딸이 토해내는 객담보다 더 쓰다. 17년 전 뇌에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어느 날인가부터 일어서지 못한 딸 김영숙(세실리아.46)씨를 일으키며 어머니는 딸에게 가슴 아픈 말도 많이 쏟아냈다.
“이미 수술을 해서 돈은 없지요. 병원에 다시 데려갈 형편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병원에 갔으면 저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누워서 흘려가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밥을 먹으려던 딸에게 최근 발작증세가 일어났다. 어머니는 “눈을 뒤집고 악을 쓰며 경련을 일으켰다”라며 “얘가 이제 죽나보다 싶어 손이라도 원 없이 따보자며 열손가락을 다 땄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정성이 전해졌는지 딸은 다행히 경련을 멈추고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언어장애, 연하장애, 객담배출장애, 수시 발작 등 여러 가지 증세를 보이고 있다. 17년 만에 다시 검사한 뇌 속에는 재발된 종양 2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필립보.73)가 경비일을 하며 벌어온 돈 60여 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2년 전 노화로 인한 청력저하로 그마저도 바랄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천주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대학진학을 한 아들(스테파노.19)도 김씨의 입원에 따라 학교를 휴학하고 군입대를 자청했다.
“우리 손자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요. ‘나 군인 가면 할머니 혼자 어떻게 할거야’하고 걱정하는 걸 보고 있으면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해.”
딸을 보살펴야하는 어머니마저도 몇 달 전 자전거에 치여 복사뼈 뒤 인대가 늘어나는 중상을 입었다. 딸의 소변을 위해 일으키고 앉힐 때마다 어머니는 인대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딸에게 한 모진 말들이 이제 다시 어머니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딸이 살았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딸은 살아야만 한다.
“말은 못해도 살겠다고 하루 종일 묵주를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우리 딸은 꼭 살겠죠. ‘수술하는 사람이 묵주를 왜 가져가니?’라고 물어도 놓지를 않아요.”
어머니는 17년 동안 새벽미사와 성무일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야, 모진 소리 다 들어가며 얼마나 답답했니. 얼마나 아프면 수족을 못 쓰고 그랬니. 참지 못하고 무지하게 소리 지른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용서해줄 수 있겠니?”
※도움주실분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예금주 :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7-08-26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