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편지 40여 통 모아…“그의 겸손·선행 돋보이게 해”
인간적인 번민·고뇌 담아
【뉴욕, 미국 외신종합】“주님께서는 제 안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둠, 냉담, 공허의 현실이 너무도 커서 제 영혼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보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주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빈자의 성녀(聖女)’라 불리며 평생을 가난한 이와 병든 이를 돌보며 사랑을 실천한 테레사(Teresa·1910~1997년) 수녀도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데레사 수녀 역시 흔들리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겸손한 선행과 헌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9월 5일 10주기를 맞는 마더 테레사 수녀의 편지 40여 편을 모은 책 ‘마더 테레사 : 오소서 저의 빛이 되어 주소서(Mother Teresa : Come Be My Light)’가 9월 4일 미국에서 출간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이 책에서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동료 사제들과 주고받은 40여 점의 미공개 편지를 통해 수녀의 인간적인 번민과 고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책에 수록된 편지들은 데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소속 수도자이자 데레사 수녀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브라이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에 의해 수집된 것들이다. 데레사 수녀의 시복절차를 담당했던 콜로디에이추크 신부는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 편지들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테레사 수녀는 자신의 편지들이 폐기되기를 원했으나, 교황청은 성인 반열에 오를 인물의 중요한 편지라며 유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 보존했으며 이번에 책으로 엮어져 나오게 됐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테레사 수녀가 40여 년간 신앙의 반려자인 몇몇 신부들에게 보낸 이들 편지에는 ‘어둠’, ‘고통’, ‘외로움’ 등의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타임지는 ‘나의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 ‘하느님 저를 부디 용서해 주소서’ 등의 구절에서 테레사 수녀의 고통을 엿보게 한다고 전했다.
1979년 마이클 반 데어 피트 신부에게 보낸 글에는 “저는 너무 큰 침묵과 공허함으로 보아도 보이지가 않고 들어도 들리지가 않습니다. 기도를 할 때 혀는 움직이지만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씌어 있다.
1959년 로렌스 파카키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는 절규하듯 “내 영혼에 왜 이토록 많은 고통과 어둠이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적기도 했다.
한편 이 책에 대해 노트르담대학 신학 교수인 리차드 맥브라이언 신부는 “인간적 고뇌가 엿보이는 이 편지들은 데레사 수녀도 감정이 없는 석고상 같은 인물이 아닌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제임스 마틴 신부는 “우리 대부분은 성자들은 하느님과 더 가까이 연결돼 보통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책은 성자들도 우리만큼 또는 우리보다 더 힘들게 하느님을 증거하고 업적을 이룬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또한 아베마리아대학 학장 매튜 램 신부는 “이 책이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에 버금가는 데레사 수녀의 자서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아메리카 신학연구소 측도 “데레사 수녀의 내면의 고백은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행한 봉사만큼이나 중요하게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책의 저자인 콜로디에이추크 신부는 “이 편지들에 담긴 함의를 잘 이해하면 테레사 수녀가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더 가깝게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슬퍼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테레사 수녀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행복 뿐’이라고 기도했다”며 “그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신앙 속의 어두움’을 평생 껴안고 살면서도, 믿음으로 충만한 궁극적 구원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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