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끝까지 달리는거야~”
임진각에서 땅끝마을까지
익산~김제로 통하는 23번국도 아스팔트 바닥 위로 ‘젊은 태양’이 뜨겁게 작렬한다. 아침만 해도 무섭게 쏟아지던 폭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떼는 중이다.
8월 22일 오후 2시 청주 성신학교(교장 이일경 수녀, 정서장애우 교육기관) 인라인 레이싱팀의 발걸음은 바빴다. 목표는 임진각~땅끝마을 국토종단. 20일부터 시작된 대장정은 이제 김제에서 3일째를 맞고 있다. 빨리 서둘러 가야 예정대로 고창에서 고단한 몸을 쉴 수 있다. 아침에 비를 맞은 탓에 인라인은 모두 젖었다. 첫째날 교차로에서 빼앗긴 시간들을 만회하기 위해 폭우 속에서도 안전차량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걸음을 재촉했던 것이다.
참가자들은 김기복(요셉.17), 최규선(요셉.16), 홍진표(요셉.17) 학생. 정서장애우인 탓에 충북재활원에서 성신학교로 통학한다. 재활원에서도 “국토종단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시종일관 자신감과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전한다.
차량 위에 비맞은 인라인들을 조기새끼마냥 널어놓고 다른 인라인을 꺼내 바퀴를 바꾼다. 쏟아지는 햇볕아래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이 앉아 은근슬쩍 발을 내밀었다. 선생님들은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라인을 신겨준다.
발에는 엄지손가락만한 물집이 군데군데 잡히고 다리에는 상처도 생겼다. 가장 어린 최규선 학생이 얼굴을 찡그리자 김기복 학생이 조용히 옆에 가 앉는다. 둘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성신학교 인라인 레이싱팀이 국토종단에 나서기까지는 그동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일반학생들보다 근력과 지구력,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정서장애학생들을 위해 학교측에서 인라인을 통한 체육활동을 마련했고 결실은 2004년 ‘인라인 레이싱팀’ 창설로 이어졌다.
“여러 대회에 참여하고 매주 연습을 하다 보니 ‘국토종단’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주기 위해서라도 시작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종단팀장 이현호 교사가 방과 후 학생들을 모았다. ‘정서장애학생들에게 국토종단은 무리다’라는 주위의 우려는 물론 행사를 지원받을 곳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매주 2회 연습에서 매일 연습으로 바꾸고 완주속도 등을 체크하며 국토종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신학교 김우철, 최종훈, 김재식 교사도 종단에 함께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냐’는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말보다 더 큰 긍정의 뜻이다. 이교사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끝까지 가자!”라며 등을 토닥였다.
땅끝에 도착, 꿈은 이뤄졌다
8월 25일. 아이들이 무사히 땅끝마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쁨과 환희와 감동을 느끼기 위해 성신학교 교사들과 교장수녀가 땅끝까지 아이들을 마중 나갔다.
‘좋았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내년에 또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또 하겠다”고 속삭였다.
성신학교 교장 이일경 수녀는 “마지막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의지를 가지고 꿈을 이뤄낸 아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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