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인생 걷는 난 행복한 사람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노래, 춤 실력이 뛰어난 배우도 많다.
그러나 연기와 노래, 춤, ‘열정’과 ‘성실함’까지 고루 갖춘 배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음악연주에 배우의 연기와 노래, 춤을 모두 녹여낸 종합예술인 뮤지컬 무대에서 또 가장 ‘뮤지컬적인 배우’로 꼽히는 배우가 바로 ‘최정원(다리아.38)’씨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여자배우 1위’, ‘티켓파워를 가진 유일한 여배우’. 이번 ‘스타들의 신앙이야기’에서는 이러한 타이틀도 겸비하고 있는 뮤지컬배우 최정원씨를 만나봤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이들도 국내 최초 수중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인물이라고 하면 기억에서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9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선보일 뮤지컬 ‘시카고’ 연습에 크고 작은 공연, TV 프로그램 녹화 등으로 정신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였지만, 가톨릭신문 독자들을 위해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몇 번의 만남 모두 12시간 이상 온몸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끊임없이 대사를 읊어댄 후였지만, 최씨는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처럼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뮤지컬 배우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가고 싶은 길과 가고 있는 길, 가야만 하는 길이 같은’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최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가족들과 둘러앉아 본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이후의 삶은 ‘뮤지컬’에 올인했다.
우선 대학 대신 롯데예술단 입단을 선택했다. 오로지 뮤지컬이 좋았고, 시험점수에 맞춰 인생을 결정하고 싶지 않아 내린 결단이었다. ‘최정원’으로만 사는 것에 갈증을 느끼는 그에게 뮤지컬 무대는 맑고 시원한 샘물이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6번 아가씨, ‘가스펠’의 조안,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아니타, ‘토요일밤의열기’ 스테파니,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듀엣’의 소냐, ‘맘마미야’의 도나, ‘시카고’의 벨마…. 그 어떤 인물을 맡든 그의 모습은 각 작품의 인물들과 일치한다. 그야말로 ‘천상 배우’라는 평이다.
특히 최씨를 소개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면은 바로 ‘성실함’이다.
최씨의 오랜 별명은 ‘흑진주’였지만 동료배우들은 자주 그를 ‘혈기 과다’라고 부른다. 또 어떤 공연에서든 연습 때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배우로 유명하다. 신인 때나 ‘베테랑’이 된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다. 8살 아이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따로 관리 해서가 아니다. 그야말로 살이 붙을 여유가 없을 만큼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도 최고의 여배우라는 최씨의 수식어에 대해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늘 준비하는 배우였기에 얻을 수 있는 성공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교 강의 등 배우 외에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역할들이 들어오지만 조용히 고사한다. 최씨는 “겸손해서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년은 최씨가 무대에 선 지 20년이 되는 때다. 지금껏 최씨는 단 한번도 첫무대의 감동과 감사함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은 언제나처럼’. 이 좌우명도 단역으로 무대에 선 때에 지었다.
지난주에는 좌우명을 새긴 명함을 찍었다. 자신에 대한 다짐, 관객들에 대한 약속을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