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열정이 이뤄낸 ‘감동의 하모니’
올해 1월부터 꾸준히 호흡 맞춰
기금은 ‘소년의집’ 후원에 사용
지난 2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는 감동의 박수가 10분간 이어졌다. 주인공은 마에스트로 정명훈(54)씨와 아들 민(23)씨 그리고 부산 소년의 집(원장 노영자 수녀) 관현악단.
소년의 집 관현악단 80여 명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정명훈, 민씨 부자의 노력이 감동의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올 1월부터 음악회를 준비하며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이날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과 ‘삼중협주곡’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거장과 무대를 함께한 관현악단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첫 번째 연주곡인 운명 1악장을 마친 뒤 단원 한명 한명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내는 정씨의 소리 없는 격려로 그들은 그간 갈고 닦아온 솜씨를 여과 없이 발휘했다.
음악회 후반부에는 정씨의 셋째 아들 민씨가 ‘삼중협주곡’ 지휘에 나섰다.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는 민씨는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서 관현악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호흡을 맞춰왔다. 관현악단도 민씨의 지휘에 따라 더욱 안정된 연주를 선사했다.
정씨 부자와 관현악단은 21일에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자선음악회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음악회에서는 정명훈씨가 직접 만든 지휘봉을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이틀 동안 음악회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모두 1억 7000만원. 기금은 소년의 집 관현악단 단원들의 악기구입 및 레슨비용, 부산 소년의 집 초등학교 건립 및 부설 병원 개보수 비용으로 쓰인다.
2005년부터 소년의 집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정씨는 앞으로도 관현악단의 자선음악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전했다.
매년 서울과 부산에서 자선음악회를 열어 온 부산 소년의 집 관현악단은 1979년 미사 성가 반주를 위해 창단됐다. 처음에는 현악 합주부로 시작되어 99년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관현악단은 전국 학생 음악경연대회는 물론 개천예술제 등 다양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피아니스트 김대진, 바리톤 최현수 등과도 한 무대에서 공연한 바 있다.
관현악단을 총괄하고 있는 김 소피아 수녀는 “세계적인 거장 정명훈씨가 소외된 우리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고 그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줘서 감사하다”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연습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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