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극 통해 서로의 입장 이해”
포대기에 쌓인 아기는 고맙게도 곤히 잠들었다.
피정의 방 한 구석에 잠든 아기를 내려놓고 부부는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여보, 엄청 사랑해요.”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몸은 찰떡궁합, 마음은 이심전심이다. 8월 25~26일 청주교구 연수원(원장 송열섭 신부)에서 국제결혼부부 피정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단출하게 4쌍.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국적은 다양하다. 몽골, 베트남, 필리핀 부인들과 한국 남편들이다.
특별한 부부들에게 오늘은 더욱 ‘특별’한 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국적은 달라도 부부의 사랑을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은총을 받는 피정의 날이기 때문이다.
한상봉 예술치료사의 지도로 이어진 첫 번째 피정 프로그램은 가족세우기. 서로가 시동생, 시어머니 등 현재의 가족 구성원이 돼 역할극을 이어가는 것이다.
역할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 부부는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명단도 색도화지에 빼곡이 채워 내려갔다. 아내들은 멀리 떨어져있는 친정가족과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채우고 그림도 그렸다.
밤 10시가 깊었다. 다음 프로그램은 ‘절체험’. 깊은 존경과 사랑의 의미를 담아 서로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하느님의 모상에게 축복의 절을 드립니다. 부인과 남편의 마음 안에 계신 그분께 절을 올립니다.”
서로에게 절을 올린 후 부부는 크레파스를 들고 서로의 얼굴을 그린다. 매일 함께하는 배우자의 얼굴이지만 이토록 자세히 살펴보았던 적은 없다. 깊고 예쁜 부인의 눈동자와 남편의 반듯한 이마도 그려본다.
몽골에서 시집와 올 3월 결혼,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는 바야라 앵흐자르갈(예비자 29)씨가 남편 박기용(사도요한.44.청주 흥덕본당)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편 눈을 잘 그리지 못했는데 남편이 ‘괜찮아요. 예뻐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지금도 너무 행복해요. 우리 남편 사랑하고 고마워요.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요.”
이번 피정은 청주교구 연수원이 개원 10돌을 맞아 국제결혼부부들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다. 참가비는 무료. 4쌍이 참여했지만 다음 해에는 좋은 프로그램 덕분에 더 많은 참가자가 지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원장 송열섭 신부는 “다양한 이웃나라에서 온 신부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시길 바란다”며 “좋은 시간을 갖게 해준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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