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 존중, ‘일방적 선교’ 자제해야
40여 일 동안 온 국민의 눈길을 한데 모았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피랍 당사자들에게는 물론 곳곳에 적잖은 상흔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타 종교인들에게도 성찰과 자성을 요구하며 또다른 논쟁적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과연 일부 종교계에서 역설하는 선교의 자유는 어디까지이며, ‘순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말로 모든 허물을 덮을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한국 개신교 선교사들의 존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논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인질사태로 선교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선교와 관련한 연합기구를 만들어 피랍사태가 재발할 경우 정부 대신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개신교계의 이러한 ‘일방적 선교’에 대해 내부 반성도 적지 않다. 개신교단의 한 목사는 “현지인을 역사와 문화를 지닌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선교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선교사는 복음의 ‘전령’이 아니라 정신적 ‘점령군’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이론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은 이와 관련해 “교회는 누구에게든 신앙을 갖도록 강요하거나 부당한 술수로 유인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13항)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에서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2항)며 타 종교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내적 복음화를 바탕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갈 때 새로운 복음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고 할 때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설익은 이해와 접근이 낳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귀결을 이번 사태는 들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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