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저는 그 분께로부터 너무 많은 탈렌트를 받았다고 할 만큼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골 본당에서 필요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것이나 건축적 지식들, 회화나 조각에 대한 것들, 때로는 너무 많이 알거나 이미 높아져 버린 눈 때문에 낮추기가 쉽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성당 사무실 일도, 밥하는 것도, 청소나 빨래도 다 적당히 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시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노래부르는 것이지 뭡니까. 전 사목체험기 신부님(인천교구 청년국장 유승학 신부)은 노래 부르는 것을 탈렌트로 받았다고 하시던데….
예전부터 “신부님, 노래 한 곡 하시죠”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을 꼭 시켜서 못 부르는 노래를 들으려고 하는 것인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듣기 좋게 한 곡 더 하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사목하는 본당에는 어르신들만 계시는 지라 가끔 노래를 불러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행가는 그렇다치고 문제는 성가입니다.
우리 본당에는 반주자도 성가대도 없습니다. 가끔 해설하시는 분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한 10여 분 참석하시는 매일미사에서 성가는 거의 죽음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주님, 왜 저에게 노래할 수 있는 능력을 안 주셨나요?” “저라도 마이크로 좀 크게 성가를 부르면 좋지 않을까요?”하고 기도해 보지만 당체 노래실력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섬에 계신 선배신부님께서 예전에 성가 반주기를 사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것을 이용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신부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여기 섬에는 반주기에 맞춰 노래 부를 사람이 없으니 가져다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 가져와서 보니 선배신부님의 우려대로 도무지 반주기에 맞춰 성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교우들은 자꾸 반주기가 이상하다고만 하셨습니다. MP3 플레이어를 하나 사서 성가를 녹음하고 스피커와 연결해 재생하는 것이 시골 본당에서는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성삼일, 특히 성 금요일에는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성가 때문에 전례를 망쳐서야 되겠냐는 생각은 해 보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방법도 없습니다. 저는 저대로 교우분들은 또 당신들 나름대로…. 상상이 가시나요?
그런데 묘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노래가 이상해도 이 분들은 성가부르기를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들으시기에 다 천상의 음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하느님, 돈도 안 들고 좋은 방법이 있잖아요. 저 노래 좀 잘하게 해 주시면 안 되나요?”
이호 신부 (광주대교구 사거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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