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배려한 안마법 마련을”
피우고 있던 담배가 순식간에 재로 변해갔다. 한숨을 크게 내쉬는 우모(베드로.47)씨. 그는 안마로 생계를 꾸려가는 시각장애인이다.
“손님 수가 엄청 떨어졌습니다. 안마로 먹고 사는데 이제 뭐하고 먹고 살아야 되나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시각을 잃은 우씨는 국립서울맹학교에 입학해 고등부를 졸업할 때까지 안마를 배웠다. 여기에 해부, 생리, 병리, 기초 침술 까지 배우는 등 말 그대로 1급 안마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씨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스포츠마사지, 발마사지 등 불법 안마 시술소가 날개단 듯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을 규정한 보건복지부령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항의하기 위한 시각장애인 200여 명이 모였다.
지난해 8월 29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도록 의료법이 개정됐지만 현재 이 의료법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개(改)정이 아닌 개(慨)정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불법 안마업소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는 거의 폐업 상태다. 서울에서 안마업소로 영업신고필증을 받은 곳은 180여 곳에 지나지 않지만 지난 4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에 위치한 안마 무허가 업소를 조사한 결과 8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의료법은 안마사 자격 없이 안마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자격 안마사들의 실태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2007년 8월 통계를 보면 1, 2급 시각장애인 3만 9673명 중 안마업에 종사하는 이는 7118명뿐이다. 그러나 대한마사지사총연합회는 현재 시각장애인을 제외한 100만 명가량이 스포츠마사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반인들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 등을 타게 되면 안마사 모집을 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광고에는 안마기술과 경력 등은 상관없이 보수와 바로 일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삽입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안마인 것처럼 문안을 꾸미고 있다.
교회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요즘 최대 화두는 불법 안마였다.
지난 9월 7일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법안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재송(시몬.62.서울 대치동본당) 회장 역시 “회원 대부분은 ‘안마=생계’라는 공식을 갖고 있다”며 “불법안마가 판을 친 이후 이들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말 안마사협회 회장을 새로 선출한다”며 “모든 시각장애인이 신임 회장 선출이 정부와 시각장애인의 안마시술에 대한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