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
9월 5일 오후 3시 명동 주교좌성당에서는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가 마련한 순교자성월 특강이 열렸다. 본지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5일 두봉 주교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 12일 장봉훈 주교 ‘백색순교자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 19일 박정일 주교 ‘순교자들의 시복시성과 현대의 순교’ 주제의 특강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테르툴리아노(155?~230?)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카르타고의 이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하느님을 위해 순교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리스도교에 귀의, 종교를 바꿔 교부학을 공부한 평신도입니다.
그 후, 그는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호교론 50, 13)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으며, 당시 혹독한 박해로 감옥에 갇힌 예비순교자들에게 4가지 주제로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그 주제들은 지금도 제게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첫째, 화목입니다. “주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그대들에게…”로 시작되는 글에는 다른 죄수들과 달리 돕고, 사랑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주님께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 힘을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고요함입니다. 비록 감옥에 갇혀 구속돼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요함’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속세를 떠나 피정처럼 고요한 감옥살이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주님에 대한 삶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셋째, 절제입니다. 감옥은 죽음을 앞두고 마음을 단련시킬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마음을 훈련하지 않고 어떻게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넷째, 희생입니다. 그는 “주님께서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시는데 왜 목숨을 내놓지 못하겠습니까? 주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위해 용기를 내세요”라고 적고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부터 몸소 그렇게 실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땅에 떨어져 저희를 위해 돌아가시고 교회와 신자들의 싹을 틔우신 것입니다.
한국의 순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씨앗’인 그분들이 있었기에 우리와 같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분들과 같이 꼭 피를 흘려야하는 박해시기가 아닙니다. 피를 흘리는 순교가 있는가하면 사랑의 순교도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가짐을 가지기만 해도 ‘사랑의 삶을 사는 마음의 순교자’가 될 것입니다.
주님과 닮은 삶을 살기 위해 테르툴리아노가 한 말을 되새겨봅니다.
서로 돕고, 아끼고 힘을 줍니다. 아침, 저녁 5분이라도 주님을 생각하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금요일에는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조그마한 절제라도 실천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부르시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고통을 주시더라도 ‘네!’하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그것이 바로 순교자의 정신입니다. 희생의 피를 한꺼번에 흘리든, 평생 한 방울씩 바치든 우리의 순교의 모습들은 새로운 그리스도인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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