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순교자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
순교란 무엇입니까?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부활의 영광에 이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그 분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순교는 크게 혈색순교와 백색순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혈색순교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에 동참하는 피의 순교요, 백색순교란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땀의 순교입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최양업 신부님은 땀의 순교자이십니다. 그분의 생의 중심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습니다.
최양업 신부님과 가장 절친한 사이였던 페롱 신부님께서 르그레주와 신부님께 보낸 서한을 보면 ‘최양업 신부가 병에 걸려 고백성사를 볼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예수, 마리아를 부르기를 그치지 아니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선종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죽어가며 돈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철저히 예수님이 계셨던 것입니다.
여러분, 최신부님의 간절한 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바로 피의 순교였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1847년(부제 시절) 홍콩에 있으면서 페레올 주교가 보내온 프랑스어본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행적’을 라틴어로 번역해 교황청에 보냈습니다.
그 행적을 번역하며 최신부님은 ‘당신의 발자취를 따름으로써 저로 하여금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의 종들과 함께 현세에서는 전우가 되게 해주시고 후세에서는 공동 상속자가 되게 하소서’라고 적으셨습니다.
영원한 부활에 이르는 영광에 그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신부님은 혈색 순교자가 아닌 백색 순교자이십니다. ‘피의 순교’를 원하셨지만 평생을 발로 뛰어 복음을 전하시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최신부님은 하느님의 보호 아래 조선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5000리를 돌아다니셨습니다. 영혼을 구하려는 사명감과 열정 없이는 도저히 걸을 수 없는 멀고 먼 길입니다. 그리고 병에 걸려 작은 교우촌에서 일생을 마치십니다. 복음의 씨앗을 이 땅에 뿌리기 위해 자신의 한 생애를 오롯이 봉헌하신 분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양떼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교우촌을 두루 순회하시며 가난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한없이 가슴이 미어졌다고 고백합니다.
신자들의 고통을 보고 연민과 측은지심을 넘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사제, 최양업 신부님.
그는 신자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며 자신의 부모나 형제의 아픔처럼 느꼈던 착한 목자이셨습니다. 박해로 쓰러져가는 한국교회를 재건하시고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 발로 뛰셨던 그 분은 70년대까지 이름 석자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이제 최신부님의 신앙과 사랑, 열정을 다함께 본받고 시복시성을 위해 한 분, 한 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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