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교육은 중요한 사도직 활동”
신자 전문가 존중·활용 통한 교육 극대화 필요
실무중심 문화컨텐츠 대학원 설립에 동분서주
교회와 사회 안에서, 복음 정신에 따라 자기 소명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을 만나는 ‘가톨릭 인터뷰’는 국내 커뮤니케이션학계의 원로이자 교회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선구자인 최창섭(바오로.65) 전 서강대 교수를 만났다.
평생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은 나눔”임을 실천으로 보여준 최교수는 정년(停年)을 대신하는 환륜(換輪)의 자세로 새로운 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취재기자는 한 가지 질문에 열 가지 대답을 주는 취재원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낀다. 최창섭 교수는 몇 안되는, 그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취재원이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식견과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곤 한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커뮤니케이션은 나눔’이라는 최교수의 지론에 기인하는 듯하다.
나눔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나눔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너와 나, 자신, 신, 그리고 자연과의 나눔이라는 4가지 차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눔이란 이론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교수는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소리’ 방송으로써 타인과의 나눔을 실천했다. 자연과의 나눔을 위해서는 그린 스카웃, 맑은물되찾기운동연합회 등 환경운동에 매진했다.
자신과 나눔은 신과의 대화로 이어진다. 최교수는 “제 학문의 세계는 종교적 바탕 위에 세워져 있다”며 “제 자신과의 자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하느님과의 대화로 이끌리게 된다”고 말한다.
정년은 또 다른 해방
소통은 나눔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지론은 행동하지 않는 이론가로 멈추지 않고 교회와 사회의 현실에 참여하려는 실천적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그의 면모에서 나온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쉘링을 종종 인용해 ‘자유인’에 대한 자신의 추구를 피력한다. 이론에 얽매이거나 매몰되지 않고 실천을 위해 뛰기 위해 노력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래서 공적 직무를 중지하는 ‘정년’(停年) 조차 ‘법에 의한’(定年) 퇴임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새 출발을 다짐하고 바퀴를 갈아 끼우는 ‘환륜’(換輪)의 시기로 간주해 새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다.
“정년은 또 다른 해방(Another hands free)의 시기입니다. 이미 3년 전부터 정년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으로 마무리하고 제 일생의 ‘중간 점검’의 시기로 준비해왔습니다. 그리고 점검 후의 방향은 한 마디로 ‘지식을 넘어 지혜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년을 맞아 펴낸 8권의 저서 중 한 권의 제목이 바로 ‘지식을 넘어 지혜를 향해’이다. 학자에게 열리는 새로운 차원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다.
그가 말하는 이론과 실천의 통합적인 삶은 데이터(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 그리고 지혜(Wisdom)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이제 우리 사회는 가슴으로 살아야 합니다. 지식인은 많은데 지성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지혜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이는 곧 실천이고 나눔이고 봉사입니다.”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
커뮤니케이션 학자로서 최교수의 우선적 실천 영역은 미디어 교육이었다.
“교회 매체는 필연적으로 세속 매체와 많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세속 매체들은 돈과 섹스, 폭력 등으로 대표되는, 오락과 쾌락, 정치와 이념, 상업주의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올바른 인간 가치, 인간의 성장을 돕고 일깨우는 복음화에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교회는 잘못된, ‘미디어 핵우산’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그 보호 장구로 미디어 교육은 교회 가장 유력한 사명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과연 한국교회 안에서 교회의 고유한 소명으로서 미디어 교육은 얼마나 성과를 거둬왔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교회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대해 이미 깊은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문헌을 통해서 그런 성찰을 해왔고, 각 지역교회에 이에 상응한 사목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지역교회들에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교수는 가장 필요한 선결 과제가 교회 지도층의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주교님들부터 교회의 미디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사도직 활동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다음으로 신학교를 포함한 교회 지도자 양성 기관에서 공식 커리큘럼 안에 미디어 교육 관련 과목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하늘은 하느님이, 지상은 미디어가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디어 교육은 교회 사목 지침 안에서 높은 우선권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또 교회가 소유, 운영하고 있는 매체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이미 미디어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신자 전문가들의 직무 활동을 존중하고 활용함으로써 교회의 미디어 교육 활동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나아가 주교회의 차원에서, 그리고 각 교구별로 설치돼 있는 기존의 유관 기구들이 공동으로 협력해 교회가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그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할한 교회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교회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커뮤니케이션 현황과 구조는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과제입니다. 교회내의 커뮤니케이션이 과연 사통팔달로 원할한가라고 물을 때 답은 회의적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자세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에 귀 기울이는 개방적 자세가 부족할 때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는 막힌다.
최교수는 이어 한국교회 과제 중 하나인 성직자 중심적인 교회 운영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성직자들은 부모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평신도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구호에 그치지 않고 평신도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직분과 소명을 충분히 존중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최교수는 현재 수년 전부터 구상하고 추진해온, 실무 중심의 문화 컨텐츠 대학원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확신,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재원에 매이지 않고 일을 벌이는 스타일대로 이번에도 갈아 끼운 바퀴를 타고 부지런히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약력
▲1942년 3월 13일 출생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1964) ▲미국 시라큐스대학원 방송분야 석사(1971)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원 언론학교육분야 박사(1974), 호주 라 트로브 대학원 언론학 박사(1998) ▲미국 마켓대 객원교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대학원장, 서강대 대학원장, 교학부총장, 총장직무대행 역임 ▲언론중재위원, 한국방송비평회장, 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 한국문화컨텐츠학회장, 한국언론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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